사회 전국

"독립운동을 등급으로 평가, 서글픈 일"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4 16:50

수정 2018.08.14 16:50

상훈법 개정안 1년넘게 계류 울산시민단체 청와대에 청원
"친일파 출신은 서훈 2등급 광복회 총사령은 3등급… 독립운동 공적 재평가해야"


1982년 박상진 의사 묘역에서 열린 추모제 모습. 광복회 총사령이었던 박 의사에 추모제에는 대통령의 화환이 놓이지 않았다. 의전 규정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라도 1등과 2등급에게만 대통령의 이름으로 헌화가 가능하다. 박 의사에게 1963년 3등급이 추서됐다.
1982년 박상진 의사 묘역에서 열린 추모제 모습. 광복회 총사령이었던 박 의사에 추모제에는 대통령의 화환이 놓이지 않았다. 의전 규정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라도 1등과 2등급에게만 대통령의 이름으로 헌화가 가능하다. 박 의사에게 1963년 3등급이 추서됐다.


【 울산=최수상 기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돼 건국훈장이 박탈된 인촌 김성수가 서훈 2등급이었는데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는 3등급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제73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안타까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상훈법 개정 범시민 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 광복회 총사령은 맨 아래 3등급 추서

광복회 초대 총사령을 지낸 울산출신 고헌(固軒) 박상진(1884년 12~1921년 8월·작은 사진) 의사의 서훈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 것은 올해 5월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가 유 열사의 서훈 격상을 요청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을 벌이면서부터다.

박상진 의사는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을 이끄는 등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알려진 것은 미미하다.

현 울산 북구 송정에서 7000석의 부호 집안에서 태어났고 경주 최 부잣집 딸과 혼인했다. 1910년 판사 등용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됐지만 나라를 빼앗기자 이를 그만둔다. 그리고 그는 가산을 들여 전국의 비밀결사 단체를 통합한 광복회를 조직, 만주에 사관학교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해 무장독립투쟁을 나선다.

신민회 활동, 의병장 신돌석과의 친분을 비롯해 김좌진 장군과의 의형제, 쑨원과 회동 등 수많은 일화가 남아있다. 김원봉의 의열단 조직에도 영향을 주고 청산리 전투에 빛나는 광복회 부사령 김좌진 장군이 만주로 가게 된 것도 광복회 총사령이던 박상진 의사가 파견해서다.

박 의사는 군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1915년 경주 우편마차 습격, 1916년 대구 권총사건, 같은 해 10월 운산금광 현금수송마차 습격, 1917년 11월 경북 칠곡의 친일 부호 장승원 사살 등 을 주도하며 국내 활동도 펼쳤다. 그러다 모친의 장례식에서 일제에 체포돼 결국 1919년 8월 11일 교수형으로 순국했다.

그러나 박 의사의 독립운동 공적을 평가한 서훈등급은 고작 '3등급(독립장)'이다. 박 의사가 조직한 광복회 부사령을 지냈던 김좌진 장군의 서훈등급이 1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울산시민들로서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 상훈법 개정안 국회서 낮잠

박상진 의사의 서훈이 3등급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 1963년이다. 친일 잔재 세력이 여전히 득세하던 시기다 보니 박 의사의 공적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또 적절한 훈격을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상훈법상의 서훈등급(1~5등급)과 달리 당시만 해도 1~3등급이 전부였다는 점에서 국가는 박상진 의사에게 가장 낮은 등급을 추서한 셈이다.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검증, 재심사 등을 통해 이들의 공적이 재평가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는 이유다.

하지만 현행 상훈법은 '훈격을 상향할 만한 추가 공적이 확인될 경우 재심사가 가능하나 동일한 공적에 대하여는 훈장 또는 포장을 거듭 수여하지 아니한다'며 중복 수여를 금지하고 있다. 더 이상의 조정을 어렵게 해 놓은 것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 지난 2017년 4월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 10명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울산에서는 15일 박상진 의사 생가에서 진행될 제97주기 박상진 의사 추모제 및 기념식에서 광복절 기념과 박 의사 순국 제97주기 추모제를 기점으로 범시민 운동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각계각층에서 동참 의사가 쏟아지면서 가칭 '우리역사바로세우기운동본부'라는 사단법인 설립과 함께 상훈법 개정 조속한 처리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이 계획됐다.


울산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 후손들에게는 너무 서글픈 일이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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