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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씨마른 서울 주택시장] 강남 4개단지 6천가구중 매물 단 1개 "시장이 미쳤나봐요"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씨 부부의 아파트 찾아 삼만리.. 도곡·삼성동 등 강남 일대 전용 84㎡는 아예 없거나 열흘새 2억 올라 20억 훌쩍
인터넷에 넘치는 매물은 이미 팔렸거나 거둬들여

[매물 씨마른 서울 주택시장] 강남 4개단지 6천가구중 매물 단 1개 "시장이 미쳤나봐요"

서울 마포구 공덕자이에 거주하는 정모씨(43)는 지난 주말 이사할 집을 알아보려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주택시장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방문한 단지마다 매물이 아예 씨가 마른 데다 한두 개 있는 매물마저도 매수의향을 표시하면 주인이 갑자기 가격을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거두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정씨는 최근 아내가 직장을 마곡지구에서 판교에 있는 회사로 옮겨 어쩔 수 없이 살던 집을 팔고 아내의 직장과 가까운 강남 쪽에서 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덕자이 아파트를 매각한 돈에 일부를 더하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강남권 주택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3호선 라인이 지나는 도곡동과 대치동을 비롯해 삼성동, 잠실까지 모두 둘러봤지만 매물이 아예 없어 결국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침 10시 집을 나서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었다. 정말 말 그대로 "아파트 매물 찾아 삼만리"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씨의 하루를 직접 �i아가 봤다.

■6000가구 지역서 매물 달랑 1층짜리 1개

오전 10시. 정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인근 중개업소에 들렀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위해 아내는 "아파트를 줄여서라도 이곳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아내의 희망은 이내 꺾였다. 전용면적 59㎡ 매물은 달랑 1개밖에 없는 데다 그마저도 1층짜리였다. 전용면적 84㎡는 아예 없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시장이 미쳤는지 정말 무섭게 오른다"며 "전용면적 59㎡도 연락하면 십중팔구 가격을 15억원으로 올리거나 안 판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며 먼저 정씨에게 정말 살 의향이 있는지를 다시 물었다. 멈칫거리는 아내에게 중개업자는 "전용면적 84㎡는 얼마 전에는 20억원에도 매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단 하나도 없다"며 "어쩌면 오늘 지금 이 가격이 제일 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맞은편 대치아이파크와 동부센트레빌, 래미안대치팰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대치아이파크 768가구, 동부센트레빌 805가구, 래미안대치팰리스 1608가구를 통틀어 팔겠다는 매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말 살 거 아니면 전화 못해요…계약금부터"

큰길(남부순환로)을 따라 내려가자 은마아파트가 나왔다.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지하철 3호선과 연결돼 아내의 출퇴근이 편리한 데다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은마아파트도 괜찮겠다 싶어 정씨는 중개업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여기도 매물은 전용면적 76㎡ 1개, 84㎡ 1개가 전부였다. 그나마 전용면적 84㎡는 무려 20억원이 넘었다. 불과 한두 주 사이 2억원 정도가 올랐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영동대로를 따라 삼성동으로 넘어갔다. 삼성 힐스테이트 인근 중개업소 문을 두드렸다. 중개업자는 "여기도 매물이 3개밖에 없어요. 그나마 2단지 매물이 좀 낫기는 하지만 1층짜리와 12층짜리 달랑 두개밖에 없는데 정말 살 의향이 있으면 거래를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미 이곳은 지난 8월 21일 20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열흘 만에 매물이 싹 사라지고 일부 몇 개만 나와있지만 호가가 21억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매물은 모두 팔렸거나 매물 거뒀거나"

정씨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열흘 만에 2억원 넘게 올랐다는 게 거북한 데다 공덕자이를 판 돈에 7억원 넘는 돈을 보탤 일도 부담스러웠다.

정씨 아내는 친정집이 있는 잠실 쪽도 나쁘지 않겠다며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이 모두 맞닿아 있는 한 중개업소를 들렀다. 중개업자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엘스와 리센츠는 18억5000만원, 트리지움은 17억5000만원 정도 생각해야 한다. 사실 매물은 이보다 5000만원 정도 낮은데 괜히 호가만 믿고 줄다리기를 하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또 "일부 손님들이 인터넷에 매물이 100개도 넘는데 어찌된 거냐고 자꾸 묻는데 그건 이미 팔렸거나 아니면 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여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아내가 돌아섰다. 정씨 아내는 "이미 입주한 지가 10년 넘은 아파트인데 내부 상태가 어떤지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묻는 게 마음이 불편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집 팔려던 사람도 "이사갈 집 없어 집 못판다"

정씨의 아내가 3호선 라인인 옥수동 쪽으로 넘어가 보자고 했다. 아내가 앞장서 서울숲 푸르지오 인근 중개업소 문을 밀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숲 푸르지오 1차와 2차 모두 괜찮지만 매물이 3~4개밖에 없다"며 "전용면적 84㎡는 2주 전까지만 해도 11억6000만원 정도이던 게 지금은 13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정씨 아내는 "좀 더 고민해보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정씨가 마포구 공덕자이 집에 돌아온 것은 오후 5시. 아침 10시부터 무려 6시간 넘게 아파트를 구하러 다녔지만 제대로 매수 협의조차 못했다. 정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공덕자이를 팔기 위해 연락했던 중개업소에 "일단 보류해달라"고 전화했다. 정씨는 "일단 이사갈 집부터 구하고 나서 집을 팔 생각"이라며 "집 사기 정말 힘드네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email protected]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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