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 우리 지식재산권 보호 안돼… 中기업 상표 선점 우려"
변리사회 남북지재권 세미나..초코파이 같은 등록상표는 제3국 법인 우회로 통한 것
특허대리인 인정 추진하고 中·獨 참고 협력모델 내놔야
남북 경제협력 재개의 목소리가 사회 각계에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식재산분야에서도 남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기회가 늘어나고, 우리 기업들의 대북 관련 사업이 확대될 수록 지식재산권 보호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식재산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다국적 기업들과 주변국들이 북한에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려는 행보가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이 미래의 시장이 될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북한 내에서 중국등 해외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간에 지식재산권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벌어질수도 있다는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지난 3일 대한변리사회와 5개 국회의원실이 개최한 '남북한 지식재산권제도 교류 협력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주제발표가 벌어졌다. 발표·토론자들은 남북 지식재산권 교류와 협력을 위해선 지식재산권에 대한 상호 인정이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남북은 오랜 단절 기간으로 인해 서로간에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한변리사회 등은 남북한간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문제를 공론화 하고, 교류와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내 상표취득, 멀고도 험한길
아직 남북간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교류가 공식적으로 없는 상태이지만, 북한내에 상표를 등록하려는 한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북한내 상표권 등록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 없는 상태에서, 중국 기업등이 이를 선점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어서다.
중국에서는 한동안 치앙쭈(한국기업 정보를 이용해 중국내에서 상표를 선점하는 사업자), 치앤커(다량의 상표권 보유자)등이 기승을 부려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최근들어 중국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고, 중국내에서 상표권 무효가 활발해지자, 이들이 북한으로 활동 무대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한 지식재산권제도 교류 협력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진수 휴롬 지식재산본부장은 "북한 특허상표대리소 접근이 차단되어 있어, 중국 대리인을 통해 우회접근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현재의 한계"라고 지적하고 "북한 산업재산권 공보및 데이터베이스에 접근방법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한국의 특허정보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북한의 특허, 발명, 등록저작권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나, 한국의 특허 상표 대리인이 북한의 관련 당국과 교류하는 것을 국내에서 승인해주는 방안등을 업계에서는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상표법상 북한을 비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나 지역에서 신청한 표식이나, 표기는 상표로 등록할수 없도록 했다. 한국기업들이 북한에서 상표권을 취득할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다. 이 때문에 북한내에서 공백상태인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중국 국적의 회사들이 선점할수도 있는 상태다.
이 상무는 "초코파이와 신세계 등은 북한에 등록되어 있는 우리 기업의 상표들인데, 모두 제3국 법인이나, 중국내 다른 회사 이름으로 등록했다"며 "북한에 상표를 등록하려는 업체들은 이같이 우회로를 통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회방법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랜드는 지난 5월에 영문 상표 'E-LAND'를 등록하려고 했으나, 이미 같은 상표가 북한내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으며, 신세계도 'E-MART'에 대해 북한내 K-MART라는 유사 상표가 이미 등록되어 있다는 이유로 거부 당했다.
이 상무는 경협의 첫걸음을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이 서로 발명특허 대리인을 인정하는 절차가 선행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발명대리기관에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해당 기관을 신뢰하기 까지 시간이 필요 하다는 얘기다.
이 상무는 "북한에 상표를 출원할때 국내 대리인에게 위탁하는 것으로도 북한내에서 절차를 진행할수 있도록 상호 특허 관리인 지정 의무를 면제 하는 방안등을 정부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지재권, 中·獨 모델 참고 필요
오랜 기간 단절상태였던 남북한의 지식재산권 교류와 통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과 대만의 교류협력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준섭 국회도서관 조사관(국제관계학 박사)은 남북한 지식재산권제도 교류 협력 세미나에서 "중국과 타이완이 체결했던 '지식산권보호협의'처럼 남북 간에 '남북한 지적재산권보호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타이완은 지난 2010년 '지식산권보호협의'에 서명했는데, 이는 서로 우선권을 인정하고 양측의 소통 채널과 협조 체제를 구축한 것이었다. 이 협의가 이뤄지면서 타이완 혹은 중국에서 상표의 등록이 완성되기만 하면, 비록 상대측에 아직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상대측에서 1년 혹은 6개월의 우선권을 보장받게 됐다.
소 조사관은 "남측부터 먼저 북한 측이 한국에 신청한 특허 등록을 받아들이고 남한의 신청인과 동일하게 국내우선권을 인정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은 PCT(특허협력조약)를 비롯하여 다수의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되어 있다. 지난 1980년 7월 8일 PCT에 가입하고, 이보다 앞서 1974년 8월 17일에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가입한 바 있다. 따라서 이 PCT(특허협력조약)를 비롯, 남북이 같이 가입한 국제조약의 원칙 과 규정에 의거하여 남북 지적재산권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는게 소 조사관의 설명이다.
독일과 유렵연합의 지식재산권 관련 제도도 우리가 남북한 협력 모델에 참고할만한 사례다.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통일전 서독이 동독측의 특허출원 대리인이 자국에서 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먼저 허용했다. 동독의 경우 공산정권이 붕괴된 이후에 서독과 같은 규정을 도입했다 그 이후 동서독은 서로 상대국 대리인을 선임할 필요 없이 자국의 대리인으로 상대국 특허청에 출원이 가능해졌다.
이승룡 리앤목 특허법인 변리사는 남북한이 서로 통합된 지식재산권법을 적용할수 있는 통일화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남북한 각자의 법과 공존하는 별개의 한반도 지식재산권법을 제정하고, 남북한 특허청 공동으로 한반도 지재권청에서 기술, 상표, 디자인등을 심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안승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