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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대는 은행들.. 그리스 경제 또 혼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피라에우스 등 4대 은행, 부실자산 절반 감축해야
투자자 신뢰 잃은데다 伊·터키 금융시장 불안.. 자금 조달 쉽지 않아

휘청대는 은행들.. 그리스 경제 또 혼란

그리스가 구제금융에서는 졸업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은행 부실채권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접국인 터키와 이탈리아 금융시장 혼란까지 더해져 그리스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그리스 은행들이 막대한 부실채권(NPL)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리스 은행업종 지수는 9월 이후 30% 폭락했고, 이날도 장중 낙폭이 최대 18%에 이르는 폭락세를 탄 끝에 전일비 8.8% 급락한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그리스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피라에우스 은행이 이날 20.7% 폭락하며 은행주 폭락을 부채질했다.

■구제금융 졸업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라에우스는 ECB 은행감독기구에 제출한 계획에 따라 연말까지 보완자본(Tier-2) 채권을 발행해 5억유로를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터키와 이탈리아 금융시장 혼란으로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연정의 포퓰리즘 재정에 대한 우려로 급등세를 탔다가 이날 2020년부터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재무장관의 발언으로 다시 하락했지만 불안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터키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속에 미국인 목사 석방을 둘러싼 미국과 갈등으로 경제제재까지 겹치면서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이때문에 그리스 정부가 채권 발행 계획을 내년으로 미룬 상황에서 피라에우스가 채권을 발행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라에우스를 비롯해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 알파뱅크, 유로뱅크 에르가시아스 등 4대 그리스 은행들은 최근 ECB 산하 은행감독기구에 부실채권 감축 방안을 제출했다.

이 방안에서 은행들은 2021년까지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NPL을 비롯한 부실자산을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ECB가 현재 검토 중인 이 방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전체 대출의 40.7~54.7% 수준인 NPL 비율을 15~21% 수준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부실자산 감축은 조정, 압류 물건 경매, 포트폴리오 매각, 장부상 대손처리 등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것도 녹록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투자자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이 압류한 부동산 경매는 결국 은행들이 대부분을 다시 되사는 식이 되고 있다.

■은행 부실자산 886억유로

NPL을 헐값으로 매각하는 것도 지지부진하다. 대손처리는 충격을 주기 때문에 큰 폭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2.4분기 부실채권 대손상각으로 인해 일부 은행들은 손실을 기록했고, 이를 피한 은행들도 가까스로 순익을 이어가는 수준에 그쳐야 할 정도로 은행 실적이 충격을 받았다. 8월말 그리스가 8년에 걸친 구제금융을 졸업했지만 막대한 부실채권에 은행들의 발목이 잡히면서 그리스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경제에 산소를 공급하는 은행권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성장에 필요한 대출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기간 3차례나 재자본화가 이뤄졌던 그리스 은행들의 부실자산 규모는 여전히 886억유로에 이른다. HSBC는 분석노트에서 "투자자들이 그리스 은행들에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회의적인 분위기는 지난달말 그리스 정부의 런던 로드쇼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참가자 거의 모두의 질문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우려와 은행의 부실자산 문제가 경제성장을 잠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집중됐다. 한 참석자는 "그리스에는 은행 부문이 없다. 그저 막대한 부실자산을 끌어들이는 가상의 부문만 있을 뿐이다 라는 농담도 나왔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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