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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 61년전 클라크 게이블이 마신 칵테일이 지금도 변함없는 곳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1957년 바텐더였던 홍콩 페닌슐라의 자니 청, 
게이블이 가르쳐준 ‘스튜드라이버’ 60년 넘게 제조
-올해 77세, 다른 호텔 이직 유혹 뿌리치고 최장기간 근무 보람

홍콩 페닌슐라 호텔. 사진=윤재준 기자
홍콩 페닌슐라 호텔. 사진=윤재준 기자

지금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자리에는 1974년까지 반도라는 호텔이 자리잡고 있었다. 일본인 사업가 노구치 시타가후에 의해 1938년에 완공된 반도호텔의 이름과 모양이 앞서 10년 먼저 개관한 홍콩의 페닌슐라호텔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페닌슐라호텔을 중국어로 반도주점(半島酒店)으로 표기한다는 점과 공중에서 본 모양이 ‘H’자로 반도호텔도 이와 비슷한 ‘ㄷ’자 모양으로 건설된 것, 눈으로 봐도 비슷한 건물 외양 때문이다.

19세기말에 이라크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유태인 가문인 카두리가 세운 페닌슐라는 ‘수에즈 동쪽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잘나가던 이 호텔은 2차세계대전 중인 1941년 성탄절 영국군이 이곳에서 일본군에 항복하는 문서에 서명해야 했으며 일본의 패전 때까지 일본군 사령부로 사용되는 등 산전수전을 겪기도 했다.

지난 1994년에 건물 뒷 부분에 30층 별관을 증축해 옥상에 헬기장을 설치하면서 14대를 거느리고 있는 롤스로이스 팬텀 차량과 함께 럭셔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금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 호텔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부동산 기업인 시절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묵었다.

영화 007 시리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의 제작진도 머무르며 영화 촬영 장소로도 사용됐다.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서 6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선임 바텐더 자니 청. 사진=페닌슐라호텔 홈페이지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서 6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선임 바텐더 자니 청. 사진=페닌슐라호텔 홈페이지

최근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호텔에서만 60년 넘게 근무한 올해 77세인 선임 바텐더 자니 청을 소개했다.

청이 페닌슐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15세였던 1957년으로 이 호텔에서 8년간 일했던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가장을 잃은 것을 안타깝게 여긴 호텔 측에서 취업을 제의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출발해 오늘의 선임 바텐더가 될 때까지 한 곳에서 일하면서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했던 배우 윌리엄 홀든과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3대 제임스 본드역을 맡은 로저 무어를 손님으로 맞았다.

■운명을 바꿔준 손님 클라크 게이블
청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단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연한 클라크 게이블을 꼽았다.

게이블은 지난 1957년 어느날 바에 들어와 청에게 칵테일 ‘스크류드라이버’를 주문했다.

청은 공구인 드라이버를 달라는 줄 알고 건넸고 놀란 게이블은 친절하게 메모지에 재료를 적어줬다.

그는 메모지에 적힌대로 떨리는 손으로 오렌지 주스와 보드카, 얼음을 배합해 건넸고 이를 마신 게이블은 스크류드라이버가 완벽하다며 ‘원더풀’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내며 자리를 떴다고 청은 회고했다.

다른 종업원이 다가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라고 알려주고 나서야 손님이 스타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후 홍콩 시내의 다른 바텐더들이 스크류드라이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다 달라고 요청이 쇄도했다.
게이블이 가르쳐 시작한 청만의 칵테일은 지금도 ‘자니의 스크류드라이버’라는 이름으로 메뉴에 올라 있다.

홍콩에 특급 호텔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더 좋은 보수와 승진을 조건으로 영입 제의가 들어오고 많은 동료들이 이직했지만 청은 꿋꿋이 페닌슐라에 남으면서 최장 기간 근무 직원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형제들도 세상을 떠나 혼자 남은 그는 호텔 내에서 숙식하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읽은 다음 레스토랑의 조찬 준비를 도와 주는 것으로 시작해 오후 2시면 바텐더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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