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근로자 실업급여 못받아도 고용보험 의무가입
관련법 국회서 낮잠… 수개월째 논의 안돼
"실업급여는 못 받는데, 고용보험을 가입해야 하나요?"
30일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주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을 언급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 7월부터 초단시간 근로자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지만 실업급여 혜택을 대부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씨는 "주 14시간씩 일하는 직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실업급여 수급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이 올라 직원 근무시간을 1시간씩 줄였는데, 혜택 없이 보험료까지 내야 한다고 하니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문재인정부가 초단시간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완화하는 관련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의무 가입 피해 확산…정치권 직무유기
보통 주 1~2일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일해야 한다'는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보험료를 내지만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매년 관련 개정법안을 후순위로 미뤘고 입법 미비상태 지속으로 초단시간 근로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16년 7월 발의한 개정안과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이다.
두 법안은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수급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홍 원내대표안은 '피보험 단위기간을 현행 180일에서 120일로 완화'하는 내용이며 정부안에는 '피보험 단위 산정을 이직일 이전 24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할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 심지어 해당 법안을 단 한차례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입법조사관은 "상임위, 법사위는 물론 소위에서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단시간 근로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확산됐다. 2016년 말 한국마사회의 시간제 근로자 2000여명은 1인당 15만~25만원씩 고용보험료 3년치를 납부했지만 실업급여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고용부 '나 몰라라'…전문가 "유예해야"
고용부도 '나 몰라라' 식이다. 오히려 '초단시간 근로자 고용보험 특별 자진신고기간'을 운영, 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정부 시행령을 물리적으로 동시에 맞춰 실행하긴 힘들다"며 "일단 선제적으로 (보험 가입을) 시행하고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임금 단시간 근로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지우면서 실업급여 혜택은 법이 개정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좋은 의도로 하는데 2~3개월 (시행 시기가) 차이 난다고 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진 않는다"고도 했다.
대안으로 법 통과 시까지 보험 가입을 유예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상혁 한국노총 노무사는 "법 통과가 늦어질수록 초단시간 근로자들은 피해를 입는 구조"라며 "법 통과가 될 때까지 보험 가입을 유예해주는 방안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