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복 동상 철거로 울산지역 때아닌 '반공주의' 논쟁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시대에도 사실관계도 맞지 않아"
보수 교육단체 "이념 때문에 동상철거 안돼 자질 의심"
정의당 "이승복 동상은 독재정권 유지 위한 반공이념"
【울산=최수상 기자】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일부 초등학교에 남아 있는 이승복 동상 철거를 지시한 것과 관련, 보수 성향 교육단체가 "노 교육감의 동상 철거 지시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의당 등 진보진영은 이념 대결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선한 교육문화운동본부’와 ‘울산나라사랑운동본부’는 8일 울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교육감은 동상 철거 발언을 취소하고, 초임교사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행정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단체는 "이승복이 공비들에게 죽임을 당한 사건은 2006년 대법원도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고 전제했다.
회원들은 "남북 간 평화 분위기에도 이 사건은 순진무구한 외딴 산골 어린이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 행위로 규탄해야 한다"면서 "이를 이념으로 몰고 가 동상 철거를 지시하는 것에서 교육행정 수장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또 "진보 교육감을 자처하며 인권을 강조해 온 노 교육감은 이런 희생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사례로 후대에 전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덧붙였다.
두 단체는 "동상 철거를 강행한다면 동상이 있는 초등학교 총동창회, 관계 학부모단체와 연계해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면서 "법적 조치와 함께 자원봉사자들 동원해 보존 대책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의당 울산시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지역 초등학교 이승복 동상 철거 지시에 대한 반대가 이념적 접근이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울산시당은 “1968년 공비에 의해 이승복 일가족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사실을 수구 독재정권에서 이념 대결 도구로 망자를 이용해 온 측면이 크다”며 “전국 초등학교 운동장에 자리 잡고 학생들에게 반공 이념을 주입하는 표상으로 활용되었던 이승복 동상을 철거하라는 지시 소식에 이념적 관점으로 반발하는 것에 우려를 표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은 한 인간의 모든 것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중요한 것으로 사회적 관계와 지식을 습득하는 기본 학습과정인 초등교육은 더욱 중요한 지점이다”며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사정과 함께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정권의 정권유지를 위한 보루로 활용된 반공이념은 민주화에 따른 다양한 사상과 이념이 존중받는 사회로 발전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간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88년 노태우정부에서 북한을 동반자관계로 규정하면서부터 반공이념의 표상이었던 이승복 동상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서울지역 600여개 초등학교 중에 단 2곳에만 남아있다는 몇 년 전 기사를 보았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울산시당은 “세계시민으로 성장해야 할 대한민국 학생에게 낡은 대결사고를 주입해서도 안 되며 민주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보편타당한 세계관을 교육해야 한다”며 “냉전시대의 산물인 이승복 동상 철거 여부는 이념 관점에서 바라 볼 것이 아니라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은 간부회의에서 "초등학교를 방문해보니 이승복 동상이 있었다"며 "시대에 맞지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른 시일 안에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동상 철거를 지시했다.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전국 초등학교 운동장에 이승복 동상이 많이 세워졌으나, 1990년대부터 사건이 조작되거나 미화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당수 철거됐다.
울산에서도 대부분 철거되고 현재 강남초와 태화초 등 12개 초등학교만 동상이 남아 있다.
[email protected] 최수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