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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소믈리에' 둘러싼 韓日협회 소송전.."한국협회 배상해야"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3 10:40

수정 2018.12.03 10:42

'채소소믈리에' 둘러싼 韓日협회 소송전.."한국협회 배상해야"

채소의 종류와 조리법을 소개하는 '채소소믈리에'의 국내 양성사업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 협회가 법적공방을 벌인 끝에 ‘한국협회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박원규 부장판사)는 일본야채소믈리에협회(일본협회)가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한국협회)를 상대로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3억86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000만원의 배상액을 인정했다.

■양성사업 위탁받고서 별도 협회 설립
일본협회는 2010년 2월 대한민국 특허청에 '채소소믈리에'를 지정서비스업으로 서비스표를 출원해 등록했다. 같은 해 4월 일본협회가 설립한 채소 전문 교육기업인 푸드디스커버리는 일본협회에서 채소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한국에서 강사로 활동하던 김모씨와 한국 내 사업에 대한 협업합의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김씨는 일본협회로부터 교재를 제공받아 한국 내 채소소믈리에 양성 강좌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수익은 회사와 김씨가 6대 4로 나누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011년 8월부터 2013년 9월까지 3년으로 정했고, 이후 1년 연장했다.


두 동업자의 관계에 금이 생긴 건 김씨가 2011년 12월 한국협회를 설립하고, 독자적으로 채소소믈리에 양성강좌를 운영하면서다. 일본협회는 김씨에 대해 ‘동의 없이 협회를 설립해 강좌를 운영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김씨가 계약 사항을 준수하기로 약속하면서 갈등은 잠잠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일본협회는 2014년 10월 김씨에게 ‘한국협회가 계약상 손익정산, 기본적인 보고 및 협의 등을 모두 중단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또 일본협회와 푸드디스커버리가 제공한 상표·교과서·진행 매뉴얼 등 관련 자료를 모두 반환하고, 채소소믈리에 양성강좌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협회는 특허심판원에 ‘채소소믈리에’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면서 맞섰고, 해당 사건은 특허법원을 거쳐 2016년 12월 무효심결이 확정됐다.

이후 일본협회는 김씨와 한국협회를 상대로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한국 내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고객명부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재판 과정에서 암 투병 중 남편인 최씨가 소송을 이어받았다.

한국협회 측은 “계약의 당사자는 한국협회가 아니어서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계약 종료 후 김씨가 강좌를 운영하지 않아 계약을 위반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협회, 일본협회와 계약상 의무 부담해야"
법원은 김씨는 물론 합국협회도 일본협회와의 계약상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일본협회가 한국협회 설립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을 때 김씨가 ‘계약사항을 준수 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계약상 위탁업무와 관련해 입수한 수강생 인적정보를 포함한 정보와 푸드디스커버리나 일본협회로부터 얻은 정보 등을 이용해 사업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며 “그러나 한국협회는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채소소믈리에 양성강좌를 개설해 운영하는 등 계약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협회는 한국협회 등의 계약위반으로 인해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채소소믈리에 양성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들의 의무위반의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액의 10% 수준인 3000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고객명부를 돌려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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