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땐 해외자본 악용.. 350만원으로 1188개 기업에 소송 가능"
국회 계류 상법 개정안 포함.. 지주사 주식 한 주씩 사면 관련 계열사 경영에 개입
한경연 "기업에 족쇄될 것"
모회사 주주가 계열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시 상장 지주사가 '해외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350만원이면 우리나라 전체 상장 지주사 주식을 한 주씩 보유할 수 있어 1200개에 육박하는 관련 계열사들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는 해외 투기자본들에 악용될 소지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단독주주권(상장사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면 소송 등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을 소송 요건으로 정하고 있어 지주사 주식 1주만 있어도 소송이 가능하다.
고 노회찬 의원 안의 경우는 소송 가능한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대로라면 90개 상장 지주사의 시가총액(11월 13일 기준) 184조원의 0.000002%에 해당하는 금액만으로도 지주사 지배를 받는 1188개 전체 계열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9일 종가 기준 7만500원인 ㈜LG 주식 한 주만 있으면 65개의 LG그룹 임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채이배 의원 안은 1억2000만원만 있으면 ㈜LG의 자회사 13개사에 소 제기가 가능하다.
김종인·오신환·이종걸 의원 안은 '상장 모회사 지분 0.01% 이상 보유' 및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50% 이상 보유' 기준이라 184억원으로 90개 상장 지주사의 자회사 중 72.1%(408개)를 대상으로 다중대표소송을 할 수 있다. 20억원만 있으면 자산규모 453조원 규모의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14개에 대해 소 제기가 가능한 셈이다.
노 의원안과 채 의원안은 장부열람권 조항도 포함하고 있어 기업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노 의원안은 모회사 주식을 1주만 갖고 있어도 모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의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하다.
한경연 관계자는 "장부는 기업의 원가정보, 거래관계, 장기사업계획, 연구개발(R&D) 세부현황을 모두 담고 있어 장부를 열람한다는 것은 기업의 기밀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경쟁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 가령 해외 석유화학기업이나 배터리 업체가 27만 수준인 ㈜SK 주식 한 주를 사 SK이노베이션의 회계장부를 열람해 기밀을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기업에 또 하나의 족쇄가 될 것"이라며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 때는 제도 도입이 미칠 영향이나 다른 나라에 보편적으로 도입되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최갑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