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연금개혁, 후손에 재앙 안 돼야



금년 신생아 출생률이 최초로 1.0 이하(언론보도 0.9 전망)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의 인구유지를 위해서 출생률이 2.1(부부당 평균 2.1명 자녀 출산)이 돼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구절벽이다. 지난해 출생아동이 35만여명, 금년은 간신히 30만명 턱걸이, 내년은 20만명대로 추정된다. 현재 만 46세인 1972년생이 102만명 태어난 숫자와 비교해보면 대한민국의 계속성과 존속이 우려된다. 해외의 저명한 인구학자는 우리의 저출산 현상을 일종의 '집단자살'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요즈음 극장, 기차, TV 등 광고매체에서 "적게 내고 많이 받습니다. 정부가 평생 지급을 보장합니다"라는 국민연금 광고를 자주 접한다. 이런 광고 내용이 타당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야 한다. 우리 현실은 경제성장률은 매년 감소하고, 출산율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최하위다.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이다.

문재인정부는 선거공약 이행을 위해 국민연금 지급률을 현재 평생평균소득의 40%에서 50% 수준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년도 국민연금 분담금을 일부 인상하는 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염려해서 원점 검토를 지시했다. 내년도 보험료율 결정은 법적으로는 10월까지 해야 하는데 연말이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어떤 개선책이 나올지 염려된다.

현재 연금제도하에서도 40년 후에는 연금재원이 고갈될 것으로 추계되는데, 출생아동 급감과 경제성장률 하락은 고갈 시기를 훨씬 앞당기고, 더욱이 보험료 인상 없이 연금 지급액만 확대할 경우 연금기금은 더욱 빨리 고갈될 것이다.

국민의 불만과 집권당 지지율 하락을 무마하기 위해 연금개혁을 후퇴시키거나 미룰 경우 우리 후손들은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적정한 보험료 인상을 아니할 경우 20년, 30년 후에 납세자들은 전체 소득의 30%, 40%를 국민연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연금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의학 발달 등으로 노인인구의 수명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유엔은 '평생연령기준'이라는 인구기준을 발표했다. 0세에서 17세는 미성년자, 18세부터 65세는 청년, 66세부터 79세는 중년, 80세부터 99세는 노년, 100세 이후를 장수노인으로 정했다.

우리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30년 후에는 납세자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대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사전에 '유비무환'의 결단이 필요하다.

박근혜정부에서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낮추고, 분담금은 일부 올려서 공무원연금 고갈 시기를 5년여 연장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공무원집단의 저항이 매우 컸다. 전체 국민의 노후가 달린 국민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과는 중요성과 파급효과가 질적으로 다르다.

국민연금 개편은 이념논쟁이나 정파적 인기몰이가 아닌 미래 대한민국의 후손들 입장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연금·재정 전문가가 객관적으로 미래의 연금통계를 정확하게 추정,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현 세대가 아닌 미래의 연금납세자인 10대, 20대 청년들 의견을 수렴해 연금개혁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부모들이 본인의 자식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듯이 우리 후손들이 불행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