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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중간 지재권보호 역전될라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1 17:38

수정 2018.12.21 17:38

[월드리포트] 한중간 지재권보호 역전될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각국의 동향이 변화무쌍하다. 세기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지재권 보호 정책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최근 지재권 보호 제도의 동향은 광범위한 지재권 보호 기류에서 벗어나 세부영역으로 제한하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추상적인 지재권 보호가 오히려 지재권 활성화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재권 보호가 느슨해진 건 아니다. 특허침해소송에서의 손해배상액을 살펴보면 한국은 중간값이 약 6000만원에 그친 반면, 미국의 손해배상액은 약 66억원에 이른다.


기술탈취의 표적이 된 중국의 지재권 보호 행보는 의외로 빠르다. 중국은 특허국과 상표국으로 분리됐던 기구를 중국지식산권국으로 통합시켰다. 지재권 보호를 위한 공룡부처 탄생을 전후로 관련 제도 역시 깐깐해지고 있다.

중국이 지재권 보호에 나서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국이 기술탈취 주범으로 낙인 찍으며 관련제도 개선을 촉구한 게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무관하게 중국의 지재권 보호 행보는 이미 진행돼왔다. 우선, 국내 창업 활성화를 위해 지재권 보호가 경쟁력 확보에 필수요소라는 점을 깨닫고 관련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아울러 미래 산업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선 지재권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도 제도 강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러한 중국 내 지재권 제도 개선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한국에선 중국을 여전히 짝퉁과 카피 공화국이라는 표면적 현상만 바라보고 있다. 여러 제도를 살펴보면 오히려 중국이 앞서가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특허침해 시 소송을 통해 부과되는 손해배상액 기준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의 손해배상액은 평균 6000만원대에 그치는 반면 중국은 1억5000만원으로 우리의 3배에 달한다. 한국의 지재권 시장 동향은 특허출원 등 숫자 면에 치중한 반면 소송을 통한 권리보호 면에서는 한참 뒤지고 있는 셈이다. 특허침해 소송절차와 손해배상액을 강화하는 건 해당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가령 해외 선진국의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을 검토할 때 특허 출원 외에 소송을 통한 권리보호 수준을 따진다. 그런데 손해배상액이 낮다면 한국 시장에서 정당한 권리보호가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시장 진출을 접을 수 있다는 게 변리사 업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제도 미비 탓에 한국이 지재권 확보 면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면서도 양적인 팽창에 치중할 뿐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변리사와 같은 게 중국에선 전리대리사라고 부른다. 전리대리사 배출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더구나 특허등록만 해도 정부에서 세제 혜택을 부여해 기술경쟁력을 유도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이달 초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위한 특허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타인의 특허권 및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하는 자는 피해자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이 지재권 보호 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카피 문제와 기술탈취 문제를 원천봉쇄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지재권 보호 제도를 손질해 기술강국을 대비하는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한국도 중국의 지재권 모방행위에 대한 과거의 잣대로 바라볼 때가 아니다.
중국의 지재권 보호 취약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개선하는 일에도 게을러선 안된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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