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불안감 확산]

'갭투자 성지'부터 무너진다… 집값 조금만 떨어져도 위험

중랑·강북·구로 등 전세가율 높아
침체 계속땐 깡통전세 가능성 커
강남 전세가율은 40%대로 낮아
경매 넘어가도 보증금 지킬수 있어


# 지난해 서울로 출퇴근 가능한 거리에 신혼집을 알아보던 A씨는 경기 군포시에서 적당한 가격의 매물을 발견하고 계약했다. 아직 전세계약 기간이 1년가량 남은 A씨는 수도권 집값이 떨어진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조바심이 난다. 살고 있는 집의 매매가와 전세가격 차이가 불과 5000만원이기 때문이다. A씨는 "'갭투자'라는 말부터 잘못됐다. '갭투기'라고 불러야 맞다"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걱정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내면서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오름세가 꺾이고, 가격이 본격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정책 성공으로 평가하며 집값 안정화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집값은 서울 수도권 전세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해 불과 수천만원으로 집을 구입한 이른바 '갭투자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높은 곳은 그만큼 '깡통전세'의 위험이 크다"면서 전세계약에 앞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깡통전세 강북 '위험', 강남 '안전'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집값이 낮고 전세가율이 높았던 지역은 2~3년 전만 해도 3000만~5000만원의 현금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집값이 조금만 하락하거나 아예 오르지 않아도 전세가격이 떨어질 경우 깡통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월 기준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던 서울의 자치구는 관악구(82.01%), 구로구(81.22%), 동대문구(81.31%), 성북구(83.98%) 등이다. 서울에서 비교적 집값이 낮았던 지역들로 갭투자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곳이다. 이들 지역의 현재 전세가율(2월 15일 기준)은 66.8%, 68.05%, 64.27%, 66.91% 등으로 낮아졌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깡통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들이다.

역설적으로 강남 지역은 깡통전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집값과 전세값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강남구 전세가율은 44.78%로 서울 지역 내 가장 낮다. 서초구 역시 전세가율이 45.23%이고 송파구(45.23%), 용산구(48.07%) 등도 전세가율이 50% 이하다. 이들 지역은 2년 전보다 전세가격이 하락해 전세금을 원하는 날짜에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전세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 최악의 경우 법원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매매가가 높아 충분히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법원 경매전문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서울 및 수도권 가운데서 낮은 전세금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갔던 세입자들에게 깡통전세의 위험이 고스란히 돌아갈 상황"이라며 "깡통전세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당장 돌려받기 힘들고, 법적 절차에 따라 경매에 넘어간다고 해도 보증금 전액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전세가율 높은 지역 전세 조심해야

하락하는 주택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발생하는 깡통전세가 서민들끼리 하는 '폭탄 돌리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금이 비교적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갭투자에 몰린 사람들 가운데 중산층 이하 서민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중랑구(72.77%), 강북구(68.75%), 구로구(68.04%), 성북구(66.91%), 금천구(65.62%), 은평구(65.06%) 등이다.


서울 중랑구 '묵동자이2단지' 전용 101㎡는 전세가격이 5억3500만원인데 최근 등록된 실거래가격은 6억3000만원으로 전셋값과 매매값 차이는 1억원이 안된다. 경기 군포시 산본역 '가야주공5단지' 전용 51㎡는 2억2500만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전세가격은 1억7000만원으로 불과 5500만원 차이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올해 경기권 입주물량이 많은데 서울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경기권에 분양을 받아둔 사람들이 입주하게 되면 그게 다 매물로 쏟아질 것"이라며 "그러면 전세가격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어 일부 지역은 깡통전세에 더불어 역전세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