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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정부도 '정답' 모르는 임대료 상한 5%룰..사업자 세금폭탄 위기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4 17:12

수정 2019.02.24 17:12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시장혼란 부추기는 등록임대주택 규제
임대사업 관련 법만 3개지만
임대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에는'사업자 등록후 첫 계약이 기준' 명시..이달 시행 소득세법에는 빠져 있어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서울 아현동에 사는 주택임대사업자 김모씨는 자신의 주택임대업과 관련해 세금 등 업무에 조언해주는 세무사로부터 며칠 전 계약한 등록임대주택이 본의 아니게 규정을 위반해 5억원 이상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김씨는 현재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나중에 결혼하면 아파트를 증여할 생각으로 2년 전 서울 목동 11단지 아파트를 사들여 월세로 세를 놓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7일로 임대기간이 끝나 세입자와 재계약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거다. 세무사는 "최근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임대료 상한 5%룰'이 추가됐는데 이게 기준시점이 명확하게 돼 있지 않아 재계약을 할 때 과거 계약서 기준으로도 반드시 임대료 5% 상한규정을 지키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정부도 '정답' 모르는 임대료 상한 5%룰..사업자 세금폭탄 위기


깜짝 놀란 김씨는 등록임대주택인 목동 아파트의 계약서를 확인해보니 월세 인상률이 5%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김씨는 이번에 이뤄지는 계약이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처음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계약이 정부의 임대료 상한선 5%룰에 위배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김씨는 등록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상 임대료를 5% 이상 올리면 안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후 처음 체결한 표준임대차계약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맞다. 그러나 세무사의 말은 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2월 12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내용은 이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주택임대사업자가 등록임대주택에 대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할 경우 임대료를 5% 넘게 받지 못한다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앞의 두 법과 다르게 임대료 상한선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법을 어긴 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씨가 민간임대사업자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간주되면 나중에 주택을 처분할 때 5억원 넘는 손실을 보게 된다.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는 것을 시작으로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거주주택장기보유특별공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애가 탄 김씨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민원실(126) 등을 통해 상담을 받아봤지만 담당자마다 답변이 모두 다르고 심지어는 "정확한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말까지 듣고는 말문이 막혔다. 김씨는 "정부가 법을 정해놓고 자기들도 내용을 정확하게 모른다고 하면 도대체 우리 보고 어쩌란 것이냐"며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될 수도 있어 하소연할 곳도 없고 정말 잠이 안 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4일 기획재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김씨 사례처럼 주택임대사업자와 주택임대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상한(5%룰)을 규정한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이 지난 12일 시행에 들어가면서다. 기재부는 지난 1월 8일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부동산 업종과 관련, 올해부터 장기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 양도세 비과세요건을 강화하고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특례를 위한 보유기간을 다주택을 보유한 기간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을 보유하게 된 날로부터 2년으로 간주하기로 하는 내용 등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에 "타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특례 적용에 임대료 연 5% 이하 증액제한 요건을 추가함"이라고 새롭게 규정하면서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임대계약 사업자 날벼락 맞을 수도

정부는 그동안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임대주택사업자의 등록임대주택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이를 새롭게 추가하면서 주택임대사업 관련 법률이 3개로 늘었다. 문제는 이들 3개 법규정에서 정한 '임대료 상한 5% 룰'의 적용 기준시점이 달라 혼선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은 등록임대주택의 임대료 상한선을 '연 5% 이하'로만 규정했을 뿐 적용 기준시점이 언제인지 명확하게 못 박지 않았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은 '임대료 증액 제한기준이 되는 최초의 계약은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한 후 작성한 표준임대차계약이 된다(조세특례제한법 제97조의 3 제1항 제2호)'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2일부터 시행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최초 임대차계약 기준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냥 '임대료 연 5% 이하 증액기준을 추가한다'고만 돼 있다. 따라서 최초 임대차계약 기준시점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전에 계약한 계약서까지 포함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이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수억원 넘게 피해보는 사례 많을듯

참세무법인 최왕규 세무사는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임대료 상한 5%룰'의 기준점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아 상담을 해오는 임대사업자들에게 혹시 모르니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전에 작성한 계약서를 기준으로 5%를 넘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계약하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12일 이후 이를 모르고 계약한 경우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상한 5%룰을 어기게 되면 과태료(500만원)는 물론이고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 배제' 등 모든 혜택이 박탈돼 많게는 수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 신규 입주가 많이 이뤄져 전·월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낮은 신도시 지역이나 대학가에서 학생들 편의를 생각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수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은 경우 '임대료 상한 5%룰'을 의식해 주변 시세에 맞춰 계약하는 경우 큰 낭패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 사례의 김씨의 경우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이번에 재계약한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로 인해 주택임대사업자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면 5억원 넘는 손실을 보게 된다. 2주택자인 김씨는 15년간 거주한 주택을 올해나 내년 중에 팔고 서울 주변 신도시로 이사하고 남는 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계약으로 1주택자 지위를 상실해 양도소득세를 일반과세(6~42%)받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사라지고, 2주택자로 인한 조정지역 중과세(10%포인트 추가)를 적용받게 된다. 또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그동안은 목동 아파트가 합산 배제됐지만 이 혜택도 없어지게 된다.

김씨는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의 애매한 조항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주변에도 여럿 있다"면서 "정부 당국이 기준시점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혼선을 초래한 만큼 선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부처도 명확한 기준 제시 못해"

실제로 김씨를 비롯한 주택임대사업자를 더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애매모호한 답변이다.

김씨는 국세청 민원실(126)에 전화해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더니 민원실 관계자는 "소득세법 시행령도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나 조세특례제한법의 기준점을 준용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공식적인 답변은 아니다"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다른 담당자와 통화에서도 "소득세법 시행령이 임대주택 등록을 한 후 작성한 표준임대차계약서 이후라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임대주택 등록 전 계약이 최초 계약이 돼 이로부터 5%를 올릴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니 이번에 재계약한 내용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만든 기재부도 마찬가지다. 세무사에 따르면 기재부에서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준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공식적인 답변은 서면질의를 통해야 하고, 답변은 2~3개월 후에 받아볼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왕규 세무사는 "상담을 할 때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나 조세특례제한법이 아닌 소득세법 시행령에 맞춰 재계약할 때 무조건 5%를 넘기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세무행정의 기본이 안정성과 예측성인데, 임대주택 관련 규정은 모두가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령이 시행된 12일 이후 정부의 모호한 기준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주택임대사업자 요건을 위반한 경우가 수천건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주택임대사업자는 32만명을 넘어선 상태로, 2년마다 재계약을 한다고 볼 때 수치상으로는 매달 1만5000명 이상이 재계약을 하고 있고, 벌써 1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4000명 이상이 계약서를 작성했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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