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코앞' 외국배 음주운항... "예고된 사고"
용호부두-광안대교, 직선거리 550m
국가주요시설물 고려해 강제도선구역 정해야
'음주운항' 무방비 임의도선구역... 대책시급
용호부두의 강제도선구역 미지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음주 상태의 선장이 모는 러시아화물선이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사고와 관련해서다. 부두에서 불과 550m 거리에 국가주요시설물인 광안대교가 있다는 점에서, 강제도선구역 지정이 안이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도선사 없이 입·출항하는 선박의 음주운항을 차단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안대교까지 직선거리 550m, '강제도선' 지정해야
2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사고를 낸 씨그랜드호(Sea Grand·5998t)는 도선사 없이 용호부두를 출항했다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용호부두는 도선사 조력 없이 입·출항할 수 있는 부두다.
부산항의 경우 도선법에 따라 총톤수 500t 이상의 선박이나 국내항만 오가는 2000t 이상의 한국국적 선박은 반드시 도선사를 태워야하지만, 용호부두와 다대포부두에 드나드는 선박은 자력도선이 가능하다. 부두의 구조가 단순하고 조선이 쉬운 작은 배가 주로 드나든다는 이유에서다. 해당부두에 입·출항 경험이 없는 선박과 선장이라도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자력도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용호부두를 강제도선구역에 포함하지 않은 게 안이한 결정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용호부두는 광안대교와 직선거리로 채 550m가 되지 않는 곳에 있어 미숙한 조선이 이뤄질 경우 충돌가능성이 언제든 있다는 것이다. 강제도선구역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도선사협회·지자체·항만당국 등의 의견을 참고해 설정하는데, 지난 2016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상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배가 광안대교에 들이박는 걸 현장에 출동해 있는 해경도 막을 수 없었을 만큼 가까이에 교량이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도선사가 승선하는 게 맞는 일 아닌가”라며 “씨그랜드호에 도선사가 승선해 있었다면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사건발생 이후 용호부두를 강제도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음주운항' 무방비 임의도선구역... 대책 강구해야
한편 도선사가 타지 않는 임의도선구역이 음주사고에 취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씨그랜드호의 경우 선장이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에 이를 만큼 취한 상태에서 출항했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도선사가 승선하는 선박은 선교에서 도선사와 선장이 서로 소통하며 조선을 해 음주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적지만, 자력도선은 음주사고를 방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출항 전 항만국통제(PSC) 등 외부검사가 이뤄진다 해도, 검사대상 선박이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 음주측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 실효성이 낮다.
항해사 박모씨(29)는 “배를 제법 오래 탔지만 음주단속을 겪어본 일이 없다”며 “도선사나 외부인이 타지 않았을 땐 선장이 술을 마시고 조선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항해사 김모씨(35)도 “블라디보스토크랑 부산을 오가는 6000t 규모 러시아 벌크운반선이라면 운항상태가 어떨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텐데 예고된 사고가 아닌가 한다”라며 “상선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큰데 정부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음주단속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성호 안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