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인가요?
-노성원 교수에게 듣는 조현병 이야기
-"정신질환자의 범죄율 일반인보다 낮아"
-"조현병에 대한 낙인, 사회 안전 위협하는 불이익으로 돌아와"
-"혐오하기보단 치료받을 수 있도록 포용하는 사회 되어야"
[편집자주] '마음상담소'는 우리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난달 17일 일어난 진주 방화·살인사건의 피의자 안인득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의 고의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조현병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졌다.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비율은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하지만 안인득 사건 이후 경남 창원, 경북 칠곡, 부산 사하 등 지역에서 정신질환자의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여론은 이른바 '조현병 포비아'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기사 댓글엔 '조현병 환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조현병 환자는 정말 위험한 것일까? 격리되어야 할까?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에게 조현병에 대해 물었다.
-조현병은 어떤 병인가?
▲환각·환청 같은 병의 증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눈에는 실재하지 않는 호랑이가 보일 수 있다. 환자의 믿음은 강해서 호랑이가 환시라고 알려줘도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판단하는 기능에 마비가 와서 병에 대해 인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환자가 스스로 병에 대해 인식만 해도 괜찮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은 뭔가?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남성은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에, 여성은 20대 초반에서 후반 사이에 발병한다. 물론 40대 이후에 발병하는 사람도 있지만 드물고, 늦게 발병할수록 치료하기 쉽다. 조현병은 유전이 아니지만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위험성이 높아진다. 일반인구의 1%가 조현병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 중 한명이 조현병을 앓고 있으면 자식이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은 8%로 높아진다. 유전과 뇌 기질적인 문제, 발달학적인 문제, 심리적인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하나의 병으로 나타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정신과의사가 되면 첫해 조현병환자를 맡는다. 조현병은 정신질환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증상이 쉽게 파악되기 때문이다. 치료는 약물을 중점적으로 사용한다. 약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있는데 약은 굉장히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가정신질환연구조사를 보면 환자가 질병을 치료하면서 가장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약을 꼽았다. 물론 부작용도 있지만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에 감수하는 것이다.
-환자는 사회 생활이 가능한가?
▲약을 먹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가능하다.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평생 입·퇴원해야 하는 환자가 전체의 20~30%다. 40%의 환자는 어느 정도 관리가 되지만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나머지 30%는 증상이 거의 없어져서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다.
-조현병 환자는 폭력성이 높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치료받지 않는 일부 조현병 환자의 범죄행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다 보니 공포심을 일으키고 있지만 실제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 환자는 대부분 마음이 여리고 순수하다. 물론 폭력적인 환자도 있다. 하지만 이런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아 병세가 나빠진 경우고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현병에 대한 편견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심하면 환자와 가족은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숨긴다. 결국 증상은 점점 악화돼고 사고가 날 가능성은 커진다. 병을 숨기지 않고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환자를 품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환자도 스스로 불안할 것 같은데?
▲최근 조현병과 관련된 범죄 보도가 늘면서 불안해하는 환자가 많아졌다. 한 환자는 '저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나요?' '저렇게 폭력적으로 될 수 있나요?"하고 걱정하더라. 직장생활 잘하고 일반인과 다름없는데도 위축돼있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열심히 치료받고 병에 대한 인식도 갖고 있는 분에겐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드린다.
-퇴원한 환자는 어떻게 관리되나?
▲퇴원은 새로운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퇴원하고 '내가 증상이 좋아졌는데 왜 약을 먹어'하고 방심하는 환자가 많다. 이런 환자에 대해 관리가 필요하다 보니 우리나라 약 250개의 시군구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설치돼있다.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하면 주소지에 있는 복지센터에 사례관리나 정기적인 상담을 하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환자가 거부하면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다. 환자가 작정하면 치료를 받지 않게 되는 셈이다.
-관리되지 않는 환자는?
▲현재 우리 법에선 환자의 인신구속을 하기 어렵다.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 안전과 환자의 인권 보호라는 가치는 적절히 조화돼야 한다. 다만, 치료를 거부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환자에 대해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가족의 부양의무가 크기 때문에 가족들이 지칠 수 있다. 환자에 대한 협조가 잘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허점이 생기기 쉽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해자가 사회적인 약자나 환자라 해도 범죄 그 자체를 정당화할 순 없다. 범죄는 범죄일 뿐,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현병 환자에게 잠재적 범죄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삼가야 한다. 과거 정신병 치료 엽를 현재 범죄의 모든 원인으로 귀결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접근하기보단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된 환자가 없도록 의료체계를 다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에 치매 환자를 직원으로 고용하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서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면 가끔 콜라를 가져다준다. 그러면 손님들은 웃으면서 받아준다. 어느 사회든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늙어서 치매에 걸릴 수 있는데 이런 사회라면 두렵지 않겠다 싶은 여유말이다 물론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첫 번째지만 막을 수 없다면 포용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품고 잘 치료할 수 있도록 안전망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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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