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정신과 진료받으면 취업에 지장 있나요?

한양대병원 노성원 교수에게 듣는 정신과 진료
"인지적 오류 갖고 있는 경우 많아…스스로 객관화해야"
"나는 왜 이러지, 바보인가 부정적인 혼잣말 삼가야"
"진료기록 본인 동의 없이 열람 안 돼…사회생활에 지장 無"

[편집자주] '마음상담소'는 우리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진=자료사진/픽사베이]

현대인의 대다수는 크고 작은 정신질환 하나쯤 앓고 있다는 말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정신질환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

전 국민의 4명 중 1명은 평생 1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는 셈이다.

하지만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정신과 진료 기록이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탓이다.

이에 대해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은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는 만큼 부담 없이 전문가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진료 기록이 남는 것을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해당 기록은 본인이 아니면 결코 열람할 수 없다"며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단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노 교수와 나눈 이야기 전문.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흔할까?

▲통계에서도 나타나듯이 누구나 한번 쯤은 겪을 수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어려워 한다.

-증상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느정도 아플 때 병원에 가야하나?

▲일상샐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이 일정기간 이상 지속됐을 때 병원에 가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은 2주 이상, 불면증은 1주일에 3번,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병이라고 진단한다. 누구나 슬픈 일이 있으면 우울해진다.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기 때문에 모두 병원에 갈 수는 없다. 자신의 상태가 평상시와 얼마나 다른지 스스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정신건강을 안 좋게 하는 건 뭐가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인지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건 나를 무시하는 거야'라며 불쾌해 한다. 이런 오류에 빠지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오류에 빠졌을 땐 '정말 그럴까'하고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상황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서 실제로 나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냉정하게 되묻다 보면 실제로 무시당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여유를 갖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신건강에 안 좋은 습관이 있다면?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나는 바보야' '아휴 멍청이' '나는 할 수 없어' 등 혼잣말하는 것이다. 이런 비관적인 말들을 계속하다 보면 모든 일에 부정적인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지 않나. 자신의 장단점을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 '그럴 수 있지' 하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낮은 자존감이나 열등감 등이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정신질환의 원인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재발할 때마다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에 빠져있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파고드는 게 좋을까, 외면하는 게 좋을까?

▲정답은 없다.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 고민을 너무 파고들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수 있다. 비관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한번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는다. 스스로 힘들 땐 의식적으로라도 '이제 그만하자'라며 제어해야 한다. 반대로 고민을 계속 회피하는 것도 상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계속 현실도피를 하다 보면 나중엔 작은 일도 외면하려는 습관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터놓고 얘기하는 건 어떨까?

▲도움이 된다. 힘든 일을 털어놓고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

-실연이나 취업실패 같은 비교적 일상적인 좌절도 치료받을 수 있을까?

▲최근 취업이나 사회적응 문제로 만성적인 우울에 빠져 정신과를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력해도 잘 되지 않을 때, 반복적인 좌절로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지 않을 때 전문가를 찾아도 된다. 전문가와 면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받아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되찾는 것이다.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

▲적절한 성취와 보상을 설정해 악순환을 끊는 게 좋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난도를 나눠서 구분하고 성취했을 땐 보상을 주는 것. 운동이나 독서도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운동은 가벼운 우울증에 효과적이다.

-우울할 때 책읽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독서치료라는 게 있다. 우울증과 관련한 책을 보면서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병의 한 증상이구나' 깨닫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터널에 있다고 가정할 때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이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터널이 언제 끝나는지 표지판만 있으면 견딜 수 있다. 마찬가지로 책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치료가 되고, 증상이 얼마나 지속되는 지 등을 알게 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강박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은 거 같다.

▲진료를 받는 환자 중에 컴퓨터를 껐는지, 회사 문은 잘 잠궜는지 등이 신경이 쓰여서 퇴근길에 회사로 10번은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에 샤워를 2시간씩 해서 피부병이 생기는 사람도 있고. 이런 사례들은 치료를 받는 게 맞다. 하지만 매사에 지나치게 꼼꼼하다거나 형식에 얽매이는 사람들은 강박장애라기 보단 강박성인격장애라고 한다. 직업적으로 꼼꼼함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뛰어날 수도 있다.

-정신과 진료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아 사회활동에 지장을 주지않을까 염려하는 환자가 있다. 물론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기록에 남는다. 정신과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료행위는 보관되기 때문에 당연하다.

다만, 핵심은 환자의 동의 없이 그 누구도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업다는 것이다. 진료기록은 의료법에 의해 철저히 보관되고 우리 병원의 경우엔 다른 과 의사도 정신과 진료 기록을 볼 수 없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유출돼서 사회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정신과 진료를 망설이는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병은 소문을 낼수록 잘 낫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정신과적 문제는 혼자 고민한다고 낫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직접적인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털어놨으면 좋겠다. 병이 작을 때 빨리 치료받으면 고생 안 할 것을 숨기다가 스스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돌보는 것이다.

※'마음상담소'는 마음의 병에 대한 독자의 사연을 받습니다.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겪은 일을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그중 일부를 선택해 노성원 교수님이 친절하게 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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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