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마음상담소] 12분에 1명씩 발생하는 치매환자.. 관리는 어떻게?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5 10:29

수정 2019.06.15 10:29

한양대병원 노성원 교수에게 듣는 치매 관리법
"고혈합·당뇨·고지혈증 등 질환, 치매 위험성 높혀"
"나이 들어도 사회적·신체적 활동 활발히 해야"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치매 진단 검사 받아볼 수 있어"
[편집자주] '마음상담소'는 우리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진=자료사진/픽사베이]
[사진=자료사진/픽사베이]

2017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72만명.

치매환자는 12분에 1명씩 발생하고, 치매관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14조원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8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은 치매환자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2025년에는 국내 치매환자수가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사회'가 코 앞까지 다가온 지금, 치매는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까?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와 치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노 교수와 나눈 이야기 전문.

-치매에 걸리면 어느 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정신과와 신경과다.
두 곳의 치료법은 같다. 다만, 말기 상태에선 정신행동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는 대부분 정신과에서 치료한다. 정신행동 증상이란 환자가 망상이나 환각에 시달려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초기·중기까지는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진행속도를 늦춘다. 약물 치료 이외에는 인지재활치료가 있다. 저하된 인지영역을 훈련하는 방법인데 병원보다는 전국 시군구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한다. 또 미술이나 음악, 운동, 춤 요법 등이 있다.

-치매와 섬망 증상은 어떻게 다른가?

▶섬망은 급격하게 뇌의 기능이 떨어져 집중력이나 의식 수준에 변화가 오는 증상을 말한다. 치매와 증상이 유사하지만 구분해야 한다. 섬망은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수술을 받은 입원 환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원인 질환이 해결되면 몇 주 이내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 치매와 다르다

-치매의 증상은 정확히 무엇인가?

▶인지장애증상, 정신행동증상, 신체증상 세 가지로 나뉜다. 인지장애증상은 기억장애가 가장 흔하다. 대개 최근 기억력이 먼저 떨어지고 예전 기억력이 나중에 떨어진다. 치매환자 가족분들 중에 '옛날 일을 또렷이 기억하는 데 무슨 치매냐'며 되묻는 경우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치매가 맞다.

정신행동증상에는 앞서 말한 망상·환각이 있고, 이외에는 무감동증상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한 동기가 상실되고 감정표현이 없어진다. 따라서 사회적 활동이나 관계도 위축된다. 신체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동이 힘들어지고 대소변 조절이 안 되는 등 증상을 말한다.

-치매의 원인은?

▶일단 사회인구학적요인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걸리는 것. 예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길어서 치매 비율이 높다고 했지만 생존기간을 고려하지 않아도 여성의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 교육수준이 높거나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은 뇌 손상에 저항력이 있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치매도 유전적 요인이 있을까?

▶가족력이 있을 수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유전자인 APOE(아포지질단백질)를 가지고 있으면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질병이나 생활습관에 의한 요인은?

▶혈관성 위험요인이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뇌혈관질환, 비만, 고지혈증 같이 혈관에 안 좋은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뇌혈관도 나빠지기 때문에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 또 사회활동이나 정신, 신체활동이 적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술과 흡연이 안 좋은 건 두말할 필요가 없고.

-우울증이 있으면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던데?

▶그렇다. 우울증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생긴다. 뇌에는 헤마라는 기억력을 관장하는 부위가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부위가 위축된다.

-치매의 진단기준은?

▶본인이나 가족이 심각한 인지저하가 있다고 판단해야 하고 표준화된 신경심리검사에서 상당한 손상 소견이 있어야 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

-치매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들었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5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는 뇌가 위축돼서 발병하는 노인성 치매다. 아주 천천히 몇 년에 걸쳐 증상이 나빠진다.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혈관성 치매로,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일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와 다르게 증상이 계단식으로 갑자기 뚝 떨어지듯 나타난다. 혈관성 치매는 혈관 문제를 해결하면 치료될 수 있다고도 한다.

-증상이 험악하지 않은 '예쁜치매'도 있다던데?

▶정신행동증상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는 경우다. 치매 증상의 일부는 평상시 자신의 성격이 두드러지며 나온다. 환자의 성품이 유순하고 온화하면 예쁜치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말기가 되면 결국은 '안 예쁜 치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치매는 발병률 대비 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작년부터 고령사회가 되지 않았나. 그만큼 치매 인구도 많아져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현 정부에선 치매 국가책임제라고 해서 전국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치매 예방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국가의 노력이 치매 치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유전적인 요인과 사회인구학적 요인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당료나 고혈압이 있으면 잘 치료받고 음주·흡연 등을 줄이는 등 노력할 수는 있겠다. 또 나이가 들어도 신체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게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매 환자를 치료한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해준다면?

▶치매에 걸린 80대 어머니와 보호자인 60대 딸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병원에 방문한 두 분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딸은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성질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증상이 심해진 어머니가 난폭하게 행동하니까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이러한 정신행동증상은 약물 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딸에게는 어머니의 인격적인 문제가 아니라 치매에 걸린 것이라고 말하니까 눈물을 흘리더라. 딸이 어머니의 병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다투지 않고 모녀의 사이가 좋아졌다. 병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중요하다.

-치매관리에 대한 팁을 하나 받을 수 있을까?

▶지역사회 시군구 별로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를 진단하는 신경인지기능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보통 병원에서는 10만원 안팎의 유료다. 자신의 기억력이나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등에 대해 장애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한 40~50분 걸리는데 장년층은 한 번씩 꼭 받아봤으면 좋겠다.

#마음의병 #정신질환 #상담소 #노인 #치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