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성폭력 무혐의' 학생, 강제전학 불복 소송냈더니...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4 05:59

수정 2019.07.24 09:09

강제전학 불복 행정 소송서 되레 성폭력 인정돼 
검찰·1심 "피해학생 진술-CCTV영상, 일치 안 해"
고법 "피해학생 일관된 진술..강제전학 정당"
'성폭력 무혐의' 학생, 강제전학 불복 소송냈더니...

성폭력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학생이 '학교 측의 강제전학 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성폭력 사실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A씨가 경기도에 위치한 B고등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징계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노래방서 성추행..검찰은 '무혐의' 처분
C씨는 2017년 12월 A씨 등 B고등학교 친구들과 노래연습장에 갔다가 남자화장실에서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듬해 2월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동의하에 키스한 사실은 있으나 강제 추행하지 않았다’고의혹을 부인했지만,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학 및 학생·보호자 특별교육이수 5시간 등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 검찰은 폐쇄회로(CC)TV에 나타난 A씨와 C씨의 모습을 근거로 지난해 3월 A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영상에서는 ‘A씨가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는 C씨의 진술과는 달리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다가 A씨가 먼저 화장실로 들어간 뒤 C씨가 따라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C씨는 ‘A씨를 밀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는 진술했으나 사실 A씨가 먼저나와 C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5월 ‘C씨를 강제추행한 사실이 없으므로 학교 측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학폭위 위원들이 CCTV 내용을 토대로 한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A씨에 대한 편견을 갖고 졸속으로 강제전학 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C씨의 진술이 CCTV 영상과 일치하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온 상황도 A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직후의 모습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피해학생 일관된 진술..성폭력 인정"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C씨에게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학교폭력 중 성폭력을 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형사상 범죄에 이를 정도는 아닌 ‘학교폭력’을 행했더라도 가해학생에 전학·퇴학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C씨는 남자화장실에서 A씨로부터 추행을 당한 사실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그 내용이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CCTV영상과 C씨의 진술이 어긋나는 점에 대해서는 “C씨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A씨의 일관되지 않는 진술과 C씨가 사건 당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점, 허위로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 등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C씨는 이 사건으로 약물·미술치료를 받았고, 6개월 이상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어 피해 결과가 가볍지 않다”며 “A씨가 흡연으로 선도 조치를 받고 교칙위반사항 등이 많았다는 사실도 징계양정의 참작자료로 삼을 수 있다”며 전학조치 처분은 과하지 않다고 봤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