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한국판 지록위마, 신뢰사회를 허문다

'어떤 국가는 성공하고, 어떤 국가는 실패하는가?' 세계 각국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한 해외 석학의 해답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부의 존재, 둘째는 기업과 국민의 창의와 자율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는 정부는 성공한 국가가 되었고, 반대의 경우는 후진국에 머무르는 실패한 국가로 되었다고 분석했다.

2500년 전 공자는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세 가지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량을 풍부하게 하는 것(족식·足食, 성공적인 경제운영), 군대를 충분하게 하는 것(족병·足兵, 튼튼한 안보 준비),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민신·民信). 세 가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신뢰'라고 했다. 즉 백성의 믿음이 없는 나라는 존립이 어렵다고 말한다.

지금 정부는 시대에 동떨어진 이념을 근거로 그동안 잘 유지돼온 정책을 갑자기 폐지 또는 변경해 정책의 신뢰와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가 정신을 억제하는 많은 규제의 신설로 정부 정책이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지, 우리 사회의 '신뢰문화'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가의 무형의 사회적 자본 중에서 '신뢰문화, 준법정신, 지도자의 도덕성, 건전한 상식과 윤리의식' 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정신적 자산이다. 역사상 많은 전제군주, 독재국가는 국민들 서로의 '불신과 이간질'을 통치수단으로 삼고 있다. 상호 감시와 불신을 통치수단으로 활용하는 국가는 현재의 북한 정권이 대표적 사례이다. 중국의 많은 전제군주, 조선시대 말에 존속한 '오가작통제'도 대표적인 불신(不信)의 통치수단이다. 다섯 집을 묶어서 상호 감시와 고발을 통해 도망가는 이웃의 세금을 연대책임으로 걷고, 병사를 징집하고, 전제군주에 대한 이웃의 비판을 신고하는 제도다.

신뢰사회의 기본은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다.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인사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인물을 장차관 등에 임명해야 한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해 우리 사회에 '불신과 갈등'의 두 극단적인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여당과 여당 지지 진보세력은 능력있는 훌륭한 장관감이다, 대학교수 등 많은 지식인과 대다수 국민은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사람이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2200년 전 진나라 말기 조고라는 간신의 얘기인 지록위마(指鹿爲馬)가 갑자기 21세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조고는 궁정 회의실에 사슴을 갖다놓고 말이라고 주장한다. 정직하게 사슴을 사슴이라고 항의한 반대파 관리는 처벌했다는 신화 같은 얘기가 떠오른다. 폭력과 권력, 우격다짐으로 거짓을 진실이라고 호도한 중국 진나라의 역사다.

현재 일부 세력이 집단적인 사회적 압력을 통해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신뢰사회를 파괴하고, 국민들의 갈등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허물이 있어도 임명을 지지하는 국민과 도덕성과 신뢰사회를 지지하는 선량한 국민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 '상대편에 무릎을 꿇어라'라고 끝까지 대립할 경우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현재 한반도 주변의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의 감소, 투자와 소비의 위축 등 경제에 적신호가 크게 울리고 있다. 장관 한 사람의 인사문제로 국민 전체의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는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까요?

우리와 같은 전통 유교문화권은 고위직 공직자에게 '인·의·예·지·신' 같은 엄격한 도덕적 우월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주길 바란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