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30대의 불안감이 낳은 집값 급등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4 18:05

수정 2019.10.14 18:05

[기자수첩] 30대의 불안감이 낳은 집값 급등
부동산 매매 시장에 30대가 늘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8586건 중 30대의 아파트 매수건수는 2608건으로 전체 거래의 30.3%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3채는 30대가 샀다는 의미다.

이처럼 30대가 많이 뛰어든 근본적인 이유는 불안감이다. 서울 집값이 연일 치솟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바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혼 7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이미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억~9억원에 달하지만 4억~5억원을 무리해서 대출하더라도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3~4년 후에는 아예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맞벌이 부부다 보니 둘 중의 한 명 월급은 이자와 원금 상환에 들어가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남는 장사 아니냐"고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불안한 경제 상황도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과거에는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면 서울에 내집 하나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대기업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정년까지 회사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경제 상황이 나빠져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은 심리"라고 말한다. 불안감이 커지니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다. 부동산 외에 채권, 주식 등 다른 투자수단도 수익률이 좋지 않으니 부동산 '쏠림현상'은 더 커진다.

이런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가장 큰 해결책은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최근 정부 정책은 시도 때도 없는 규제정책 남발과 단기적 효과만 노리는 단발성 정책으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불법자금 출처를 조사를 한다고 강남 부동산을 들쑤셨다.
강남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요즘 현금으로 무턱대고 집을 사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세무사와 전문가를 끼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집값 상승의 본질을 잡는 정책이 아닌 잔불만 끄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이번 정부 내에서는 부동산 집값 잡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kmk@fnnews.com 김민기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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