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탑승객 80% 급감 '텅텅빈 부산국제터미널'...일본 여행 보이콧 후폭풍 거세
입주 상점 줄줄이문닫아...임대료 감면에도 생존 기로
성수기인 7월~9월 탑승객 전년에 비해 61.8% 급감
매출 급전직하로 이미 터미널 입점업체 두 곳 문닫아
한-일 여객선사도 인력 감축하고 운항 횟수도 축소돼
【부산=안태호 기자】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뉴스에 한일 관계에 대한 내용이 언급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관광객이 눈에 띄게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한일관계가 정상화돼 발길을 끊었던 관광객들이 다시 터미널을 찾기를 바라고 있지만 줄어든 여행객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근심이 깊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작년에만 143만명이 이용한 일본 관광의 주요 관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용객이 급갑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여행 보이콧이 본격화 되면서다.
작년 7월~9월 35만2338명에 달했던 탑승객은 올해 13만4681명으로 61.8%나 줄었다. 9월만 따로 떼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 10만7664명에서 올해는 80.2%나 줄어든 2만1277명만 일본행 여객선에 탑승했다.
탑승객 감소는 터미널 입주상가들과 한일 여객선 운항 선사들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지만 전 국민적인 반일감정이 여전한 탓에 피해를 호소하기도 조심스러워 가슴앓이만 하는 상황이다.
■"매출 거의 없어...임대료 감면도 부족"
지난 1일 오전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위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찾았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일본행 관광객들로 붐비던 터미널은 연 280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텅텅 비어 있었다.
편의점 점주 A씨는 "보따리상이나 일본인이 탑승객의 전부다. 이용객이 80~90% 줄은 만큼 매출도 비슷한 규모로 급락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이미 문을 닫았어야 정상이지만 본사에서 인건비를 지원해줄테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점포도 있다. 편의점 바로 오른쪽 상가에는 '입점 준비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터미널이 문을 연 2015년 8월부터 줄곧 영업을 해왔던 음식점 '참미분식'이 지난 9월 중순 문을 닫은 것. 지난 7월 이후 폐점을 결정한 업체는 이 식당을 포함해 총 두 곳이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터미널을 관리하는 부산항만공사는 입주업체의 올해 8월~12월 임대료를 60% 감면해주고 연말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지원책을 내놨지만 상인들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4년 전부터 약국을 운영해온 약사 B씨는 "매출이 거의 없다. 점포비를 감면해줘도 적자여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죽을 맛이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도 "탑승객을 제외하곤 유동인구가 전혀 없는 곳"이라며 "임대료가 원체 높아 60%를 감면해줘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최근 입주업체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부산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장관에게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면제해달라는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여객선 업계 "긴급자금 지원 필요"
여객선 운항 선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운항횟수가 줄고 일부 항로는 운항이 중단됐다. 이미 인력 감축 바람도 휩쓸고 지나갔다.
터미널에서 만난 한 선사관계자는 "몇몇 선사들을 빼곤 대부분 수익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모두 큰 적자를 보고 있다"며 "사회분위기로 인해 모객을 위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객선 두 척은 운항을 아예 멈췄다"고 전했다. 터미널 밖으로 나가보니 부두 우측 빈 공간에 부산~대마도를 오가며 부지런히 관광객을 실어 날랐던 '오로라호'와 '블루쓰시마호'가 처량히 묶여있었다.
정부가 항만 이용료 감면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긴급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지원 업종에 여객선사들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한일관계가 회복될 때까지 회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부산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산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집중하는데 치중해 있어서다. 터미널이 해수부 관할인 점도 한몫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개별업체에 대한 지원 검토는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부산시 관광업의 전반적인 침체에 대응하는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답했다.
[email protected] 안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