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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 넘어 +α 제안… 규제에 시장 잃은 건설사 출혈경쟁 [이주비 과열경쟁 논란]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3 17:23

수정 2019.11.03 21:20

기본이주비 LTV 40%만 대출 원주민 재정착 불가능 부작용
건설사, 수주 위해 공수표 남발.. 무이자 대출등은 법 위반 소지
조합원에게 비용 전가 가능성
서울시는 4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한남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의 시공사 입찰.선정 과정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뉴시스
서울시는 4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한남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의 시공사 입찰.선정 과정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뉴시스

무이자 넘어 +α 제안… 규제에 시장 잃은 건설사 출혈경쟁 [이주비 과열경쟁 논란]

"최저 이주비 세대당 5억원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직접대여 또는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 이주비 이자 전액무이자 대여!"

최근 서울 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추가 이주비'를 제안하면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무효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정부 당국까지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규제 강화로 먹거리가 줄어든 건설사들이 입찰에 사활을 걸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빚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사들, 사활 건 이주비 전쟁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0월 26일 긴급 대의원회의에서 △현대건설 입찰 무효 △현대건설 입찰보증금 몰수 등 4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킨 뒤 10월 3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현대건설이 입찰서류에서 건축도면 중 변경 도면을 누락하고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를 제안(최저 이주비 2억원 보장)하는 등 중대한 흠결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서 갈현1구역보다 3억원 많은 5억원의 최저 이주비를 보장하겠다고 나서면서 갈현1 조합의 불만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통상 정비사업상 이주비는 조합원 재산을 담보로 기본이주비를 제공하고, 이주비가 부족한 가구에 한해 추가 이주비를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본이주비는 조합원 감정평가금액의 40% 한도 내에서 대출 가능하다. 지난해 8·2대책으로 기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서 40%로 낮아졌고, 9·13대책에서는 입주권·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해 1+1 분양 신청자는 다주택자로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주비 대출을 활용한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부 대책이지만 원주민의 이주비 부담을 과도하게 높이고 재정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대부분이며 과소필지 또는 무허가건물 소유주도 있기 때문에 이주비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이주비(LTV 40%)로는 이사 갈 집을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조합원들은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추가 이주비 규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방배 5·6구역 재건축사업장에서는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한 이주비 대출이 무산되며 이주 및 철거가 지연되기도 했다.

■"규제에 먹거리 줄어 출혈경쟁"

건설사들은 수주 성공과 조합의 사업추진 속도를 높일 목적으로 직접대여나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 이주비를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한남3구역에서는 GS건설이 이주비로 LTV의 90%, 대림산업은 LTV 100%를 각각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약속한 추가 이주비가 현행법상 실현 불가능한 '공수표'인지 여부다.

국토교통부 고시(2018-101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추가 이주비는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이자 지원만 가능하다. LTV 40% 이상의 이주비를 건설사가 무이자로 대출 지원하겠다는 것은 관련법 위반 소지가 높다. 지난해 5월 부산 연산5구역 수주전에서 이수건설이 기존 이주비 70% 무이자대출 지원 등을 제안했다가 입찰 참가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주경쟁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과열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서울시·국토부·한국감정원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단속에도 건설사들의 무리한 입찰경쟁을 크게 잠재우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먹거리가 줄어든 건설사들에 출혈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물량이 줄어들자 무리한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라 하더라도 결국 건설사가 이주비를 직접대여하겠다고 나서면 제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건설사들의 과도한 제안은 결국 조합원들에게 비용으로 전가된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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