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文정부만 넘기자"… 재건축, 상한제 악재에 사업·거래 올스톱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

재건축 초기 단계인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라 사업 추진을 서두르지 않고 '장기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윤은별 인턴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악재가 잇따르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장기전'을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전진단 강화와 초과이익환수에 이어 분양가 통제까지 받게 된 단지들 중심으로 '문재인정부만 넘기자'며 본격 버티기에 들어선 것.

대표적 초기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거주환경 개선을 위한 내부도색과 배관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단지 등도 사실상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건축단지, 사업도 거래도 올스톱

11일 찾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관계기관 단속을 피해 대부분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내부가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종이를 붙여 창문을 가린 곳도 많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변 부동산들이 전부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새로 페인트칠 하고 오래된 수도관을 교체하는 것은 재건축이 당장 진척을 보이긴 어렵다는 것"이라며 "매수문의가 종종 있지만, 일단 사지 마시라고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1979년에 지어져 올해 40년을 넘긴 노후아파트이지만 집주인과 입주민도 재건축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

한 주민은 "다음 정권, 다다음 정권이나 돼서야 재건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유주는 "정부가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 같다"면서 "재건축이 된다면 일반분양 없이 '일대일 재건축'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토로했다.

다만 아직 인허가도 받지 못한 만큼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시에서 재건축 인허가를 네 번 퇴짜 놓았다"며 "분양가 얘기 전에 허가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낡은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막히자 인근 신축 아파트들만 오르며 풍선효과가 생기고 있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8월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예고 이후 인근의 래미안대치팰리스, 동부센트레빌 가격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9·13 데자뷔, 규제 전에 더 오른다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조합은 일반분양분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합은 3.3㎡당 6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지난달 말 체결했으나 국토부는 최근 "상한제 적용지역 통매각 불가" 방침을 밝혔다. 조합은 행정소송을 진행해서라도 추진할 방침이다.

반포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9·13대책 전에도 가격이 급등했고, 올해도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인 6~8월에 급등했다"며 "전용 84㎡ 래미안 퍼스티지가 6월부터 1개월에 1억원씩 올라 최근 31억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부동산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데 이번 정부는 강남과 건설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앞선 정부들과 비교해 아파트 가격 인상률은 몇 배나 더 높고, 실제 래미안 퍼스티지는 연초 23억1000만원에서 1년도 안 돼 30억원으로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조합 설립이 안 된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악재가 된 '정책 변수'에 기대어 다음을 기약할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상제 초기 사업단지들은 사업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며 "이주 막바지 단계들은 분상제를 피하려 사업을 서두르겠지만 그 시기를 못 맞추는 단지들은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압구정동의 압구정 1~7차와 10·13·14차 등이 모인 압구정 3구역(4065가구), 현대 9·11·12차 등 2구역(1924가구), 미성 1·2차(1233가구) 등 1만여가구, 여의도 재건축 단지 6800여가구 등은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개포동 개포5단지, 대치동 미도·선경,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올림픽선수촌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윤은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