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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새출발하는 카뱅, 벤처캐피털 젖줄이 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1 17:11

수정 2019.11.21 17:11

카카오가 최대주주 올라서
기존은행과 다른 모습 기대
혁신 산업자본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카카오는 이르면 22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가진 카뱅 지분 50% 가운데 16%를 인수한다. 기존 지분(18%)을 합치면 카카오 지분율은 34%로 높아진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허용하는 최대치다. 원래 산업자본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특례법을 통해 혁신기업에 한해 34%로 높였다.
특례법은 올 1월 시행됐다. 카카오는 그 첫 수혜자다.

이제 카뱅 주인은 카카오다. 그 덕에 카뱅은 날개를 달게 됐다. 무엇보다 과감한 증자로 실탄을 듬뿍 확보할 수 있다. 또 전통 은행과 차별화된 혁신서비스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은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이지만 2호 카뱅이 고객·자본금·실적 면에서 훨씬 앞서 있다. 그만큼 카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먼저 금융당국에 당부한다. 제3, 제4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은 사실상 카뱅이 독주하는 형세다. 만만찮은 상대가 있어야 카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시장 파이도 더 커진다. 현재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나 인기는 시들한 편이다. 금융당국은 혁신기업들이 왜 인터넷은행 진입을 꺼리는지 이유를 찾아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카뱅에도 당부한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처럼 굴면 실패작이다. 금융 대출을 많이 일으켜 이자로 돈을 벌라고 인터넷은행을 만든 게 아니다.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전 경제부총리)은 "규모는 작지만 주인 있는 인터넷은행이 금융혁신을 앞당기고, 기술벤처에 대한 투자금융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구직 대신 창직하라').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의 영업,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는 벤처캐피털이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은행은 현재로선 카뱅밖에 없다. 전통 상업은행들은 변화에 굼뜰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이 하나같이 기술금융을 역설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은행들은 그저 정부 눈치를 보면서 시늉만 했을 뿐이다. 사실 상업은행에 기술금융, 곧 벤처캐피털 역할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지만 카뱅은 달라야 한다. 국가대표급 혁신기업인 카카오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바뀐 카뱅의 진취적인 전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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