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암호화폐 산업 제도권 진입 첫발… 특금법 국회 논의 본격화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17:17

수정 2019.11.24 17:17

25일 정무위 전체회의 개정안 논의
암호화폐 거래소 인허가제 통과시
거래소들 실명계좌 운영 기회 얻어
계좌발급 기준될 시행령 조항 관건
'암호화폐 거래소 인·허가제'를 골자로 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심사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은 25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특금법 개정안의 골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당국에 영업신고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시행령으로 마련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또 그동안 발의된 특금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안으로 통합되면서 암호화폐와 가상통화 등으로 제각각 불렸던 용어를 '가상자산'으로 통일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24일 국회 정무위와 관련업계에 떠르면 정무위는 25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당국 입장을 반영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특금법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 제도권 진입 첫단추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국내 암호화폐 산업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한국 등 각 회원국에게 권고한 '암호화폐 거래소 인·허가제'가 법제화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제도권으로 편입하게 된다. 즉 정부가 현재 은행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간접 규제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직접 규제 대상으로 전환된다.

그동안 업비트, 코인원, 빗썸, 코빗 등 기존에 시중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6개월 단위로 연장해 온 암호화폐 거래소는 물론 고팍스, 한빗코, CPDAX 등 후발주자들도 실명계좌 운영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또한 제윤경·전재수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이 각각 정의했던 가상통화와 디지털 토큰이란 용어도 '가상자산'으로 통일됐다. 즉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는 모두 가상자산에 속한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은 물론 블록체인 서비스(디앱·dApp) 이용권과 같은 유틸리티토큰, 기존 마일리지, 포인트 등도 다른 재화로 교환할 수 있으면 가상자산에 포함된다. 일례로 카카오가 블록체인 기술을 녹여 새롭게 만든 마일리지 서비스 '카카오콘'을 자사 이벤트 참여용 등으로 쓰면 가상자산이 아니다. 하지만 향후 카카오콘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나 멜론 음악감상 이용권을 사면 가상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시행령 조항이 관건

특금법 개정안은 금융위 등 정책당국의 의견을 반영해 FATF 권고안보다 엄격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화와 실명계좌를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요건으로 규정했다. 다만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는 기준에 대해서는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마련토록 한 만큼, 민관 정책 소통을 통해 세부적으로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는 최근 국회, 민간 협회, 교수 등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 팀을 내부에 구성해 시행령 세부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당초 특금법 개정안은 실명계좌를 부여 받을 수 있는 길은 마련하지 않은 채 FIU 원장 재량에 따라 영업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토록 해 경영 불확실성이 컸다"며 "향후 관련 시행령을 통해 실명계좌 발급 세부 기준이 마련되면 암호화폐 거래소 등 서비스 업체가 특정요건을 충족하는 형태로 체질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원희 디라이트 변호사는 "개정안 자체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고, 진흥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토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세부조항 역시 소극적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행령 제정 과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투자자 보호 기반 "환영"

암호화폐 산업을 규정하는 법이 없어 사업 확장에 애를 먹던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 기업들은 법률 기반 마련에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은 물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도 조성됐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제히 "특금법 개정은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며 "기존에 관련 제도와 정책이 전무했던 암호화폐 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산업을 규제의 틀 안으로 포함하는 특금법 개정과 함께 산업진흥의 의지를 담은 입법활동도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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