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강남 잡는다면서 지방 규제… 정책 이원화 필요" [데스크가 만난 사람]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31 18:22

수정 2020.05.31 18:22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장에게 듣는다
주택산업 6월 이후가 더 문제
정부, 민간 주택시장 개입 줄이고
규제보다 활성화 정책 내놔야
지방주택사업 침체땐 연쇄부도
HUG 주택보증 기준 강화도 문제
주택사업공제조합 만들어 대처
지난 5월 26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 회장실에서 만난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지난 5월 26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 회장실에서 만난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정부가 20~30억원이나 하는 강남 집값 잡으려고 20번 넘게 정책을 내면서 지방에 주택사업을 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지난 5월 26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 회장실에서 만난 박재홍(64)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의 목소리는 격양됐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중앙 정부와 달리 규제 일변도의 국토교통부의 정책은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회원사가 많은 주택건설협회의 특성상 지방 부동산 시장이 정부 규제로 크게 위축되면서 서울과 수도권과 달리 지방을 위한 정책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고강도 주택규제강화 대책으로 인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취임 5개월이 된 박재홍 회장을 만나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과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코로나19 영향으로 주택사업이 어렵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부동산 시장도 위축됐다.

▲최근 들어 서울·수도권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 움직임이 뚜렷하고, 주택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주택거래량이 감소할 경우 부동산시장을 거쳐 민간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 악순환으로 연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대출규제, 자금출처조사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보유세 충격 등의 악재도 겹치고 있다 보니 '위축'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6월 이후가 더 문제라고 본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실물경제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실물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주택산업이다.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탁월한 주택시장 활성화를 통해 바닥경제를 살리는데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정책만 20번이나 나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정부 정책 방향도 경제살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때일수록 내수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전방위적 규제만 지속하고 있다. 바닥경제의 근간인 부동산시장을 옥죄기만 해서는 어떠한 경제회복 정책이라도 효과를 낼 수 없다.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시장의 연착륙과 양극화 해소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주택시장에 대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이 수급원리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동해 현재의 주택시장 왜곡현상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중소주택업체들의 주력시장인 지방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지방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 심화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토부 통계에서도 올해 3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이 3만8000여가구고 이 중 90% 정도가 지방에 몰려있다. 지방지역의 미분양 증가세로 인해 주택 관련 각종 보증사고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방의 미분양 확대가 연체료 상승, PF부실 등의 금융리스크로 전이되면서 지역 주택업계의 연쇄부도 등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방지역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지원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지방광역시 전매제한 강화방안 재검토'가 시급하다. 지방광역시의 도시지역에서 건설되는 주택의 전매제한 강화는 철회돼야 하며 철회가 힘들 경우 일정 기간 유예는 꼭 필요하다.

주택 공급 시 의무적으로 상가를 10~20% 만들어야 하는 규정도 풀어줘야 한다. 공실이 늘어가는 추세에서 상가 면적에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를 위한 주거 상품을 넣고 사업자한테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 '주택사업공제조합'을 부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주택공급체계에서 분양보증을 받아야 주택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보증을 전담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이 규제 기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주택업계에서는 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기준이 강화되면서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보증료율 인하에는 소극적이다. 이에 원활한 주택공급을 지원하는 동반자로서 제2보증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물론 출자를 하는 주택업체들의 동참과 국토부의 협조도 필요하며, 주택법 개정으로 근거규정도 마련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소·중견 주택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정부대책은.

▲중견주택업체들의 경우에는 주택사업에만 전념하고 있어 주택사업이 침체될 경우 경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다른 산업에 비해 선투자 비용이 매우 큰 주택사업특성상 지방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주택건설공사 감리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설계도서에 따른 시공 및 품질.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감리자의 고의나 과실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감리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있어 부실감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 인상, HUG 주택도시기금 이자율 인하, 임대주택기금 이자율 인하, 지방광역시 전매제한 강화방안 재검토, 상업지역 용도용적제 개선, 주택공급 인허가 강화를 위한 통합심의 활성화 등이 시급하다.


―향후 주택건설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주택업체들이 원활하게 주택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데 협회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잘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급변하는 주택시장 환경에 회원사가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회의 내실을 기하고 회원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협회운영의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협회가 본연의 기능인 '회원사의 등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회원사의 협회 참여 확대와 경쟁력 제고에 주안점을 두고, 회원사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각종 위원회 상설화 등 의견수렴시스템 구축, 해외주택시장 기반조사 실시 등을 주요 운영과제로 선정해 역점을 두겠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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