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쇼어링 지역싸움…기업들 유턴 접는다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업유턴정책 수도권 집중
비수도권 야당 의원들
'불균형 해소' 법안 쏟아내
일부 지자체는 탁상행정
국내복귀 발목잡는데 한몫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이 지역 주도권 다툼으로 멍들고 있다. 가뜩이나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비수도권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기업적 행정 관행이 고질화돼 있어 실제 국내로 복귀할 기업들이 늘어날지 의구심도 일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비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을 성토하는 행보가 줄을 잇고 있다. 현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정책으로 리쇼어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국내복귀 기업들을 수도권으로 몰리게 만들어 지역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와 반발을 사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영식 의원(경북 구미시을)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리쇼어링(K리쇼어링)' 간담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구미 등 산단도시 맞춤형·한국형 리쇼어링 시리즈 법안 제출을 예고했다.

같은 당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도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우리나라의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경우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대상에 더 수월하게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유턴기업 기준완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은 최근 리쇼어링 정책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유턴기업 지원법안'을 내놨다. 이 개정안은 현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국내 복귀기업에 대한 기초 통계작업과 실태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김 의원은 국내복귀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려 발생할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리쇼어링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래통합당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은 지난 3일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할 경우로 돼 있는 국내복귀 지원대상에 '해외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국내에 신설·증설하는 경우'도 지원을 받도록 했다. 또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경우 해외생산량 축소 기준을 현행 25%로 유지하며, 비수도권의 경우 해외생산량 축소 기준을 현재의 25%에서 10%로 완화하도록 했다.

리쇼어링 정책이 안착되기 앞서 일부 지자체에 팽배한 규제 일변도의 행정관행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제일개발산업이 안양시를 상대로 낸 악취배출시설설치 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984년부터 안양시에서 아스콘 공장을 운영해오던 제일산업개발은 아스콘공장에서 80∼150m 떨어진 지역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난 2002년부터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벌여왔다. 주민들은 아스콘 공장 주변의 악취뿐 아니라 아스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로 피해를 봤다며 공장 가동을 중단해 달라고 경기도와 안양시에 줄곧 요청해왔다.

주민 요청을 받아들여 안양시는 총 3회에 걸쳐 제일개발산업이 제출한 악취배출시설설치 신고서를 반려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안양시의 악취배출시설설치 신고 반려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안양시가 신고 자체를 반려할 권한이 없다"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제일산업개발은 해당 아스콘 공장의 조업정지명령 처분을 내린 경기도에 대해서도 처분 취소 소송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제일산업개발 승소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환경바이오팀)는 "해당 판결은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무분별한 행정처분을 남발해 기업에 손실을 입히고 직원도 해고하도록 한 행정기관에 대해 법원이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확립하고, 행정권 남용을 제한시킨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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