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헉! 충전이 안 됐어" 태풍보다 정전에 '멘붕'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전' 대규모 재난급으로 부상
통신, 교통 신호등 꺼지고 재난방송도 못봐
12시간 동안 폭염 속에 냉방기기 사용 못해 
제10호 태풍 '하이선' 북상에 불안감 확대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지나간 3일 오전 울산 북구 호계동의 한 전신주가 강풍에 부러져 있다. /사진=뉴스1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지나간 3일 오전 울산 북구 호계동의 한 전신주가 강풍에 부러져 있다. /사진=뉴스1

#1.“중요한 미팅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스마트폰 충전이 안 돼 있어 눈앞이 깜깜했어요. 애들은 자신들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못하게 된 사실에 멘붕이 왔데요.(웃음) ”
#2. “전기와 통신망이 끊어지면서 스마튼폰은 물론 TV도 인터넷도 안 되는데 태풍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나 뒤 울산 시민들에게 진짜 고통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정전'이었다. 이를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피해 현장에서 전기 없는 삶은 지옥을 방불케 했고 정전 또한 엄청난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전기 없이 세상 "지옥과 같았다"
6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9호 태풍 마이삭은 지난 3일 새벽 울산을 통과하면서 오전 4시 전후 울산시 동구 미포동 이덕서 부근에서 순간최대풍속으로 시속 165km, 초속 46m을 기록됐다.

이를 반영하듯 울산 곳곳에서 전신주가 쓰러지고 고압선이 끊어지는 등의 전기시설 파손으로 인한 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새벽 1시께 670여 세대 규모의 울산시 남구 강변샌트럴 하이츠 아파트를 시작으로 동구 전하동 푸르지오 1300여 가구, 북구 신천엠코타운 740여 가구 등 대단지 아파트와 주택과 상가 등 3만여 가구기 정전피해를 입었다.

집집마다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 등 여름철 가전도구가 멈추고, 고층아파트를 중심으로 수돗물 공급도 끊어지면서 일상이 함께 멈추었다.

일부지역은 통신망까지 끊어졌다. 고층 아파트단지에서는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면서 속에서 갇혀 있다가 구조된 시민이 25명에 달했다.

#3.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전기가 나가면서 에어컨이 꺼지자 집안이 금방 더워졌지만 태풍 때문에 창문조차 열 수 없었다”며 “TV도 인터넷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옥과 같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활어 떼죽음...식당,마트 식재료 상해
날을 밝으면서 정전 피해신고가 한꺼번에 몰리자 한전의 복구 작업까지 늦어지면서 고통은 본격화 됐다.

직장인들은 세수도 못한 채 배터리가 바닥난 휴대전화를 들고 출근해야 했고, 밤새 133개의 신호등이 고장 나면서 출근 시간에는 울산 국가산단으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에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울산시 남구의 한 빌딩 위에서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고장난 통신시설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와 함께 통신시설도 고장나 일부지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에 지장이 발생했다. /사진=독자제공
울산시 남구의 한 빌딩 위에서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고장난 통신시설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울산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와 함께 통신시설도 고장나 일부지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에 지장이 발생했다. /사진=독자제공

낮 기온이 30도까지 치솟자 어린 아이나 노인이 있는 집은 더위를 피해 친구집과 친척집으로 피신했고, 냉장고 속 음식물들은 고스란히 버려졌다. 상가의 식당과 마트에서도 판매를 위해 냉장고 등에 보관 중이던 식재료를 폐기해야만 했다.

횟집에서는 수족관 산소공급이 끊기면서 농어와 우럭, 밀치 등 횟감용 활어가 죽어나갔다. 방어진활어센터와 울산도매시장 활어센터 일부 상인들은 결국 하루 동안 장사를 접었다.

한 횟집 주인은 “전기가 끊어지면서 수족관 산소공급도 끊어져 활어들이 절반 이상 죽어버렸다”며 “코로나에도 문을 닫지 않았는데 결국 그날 하루는 문을 닫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수돗물 끊기고 학교,주민센터도 운영 차질
수돗물 공급까지도 중단됐다. 정수장과 배수지, 가압장이 멈추면서 북구 신청동 등 10개 동과 울주군 온산읍 등에는 단수조치 후 저녁 늦은 시간이 돼서야 공급이 재개됐다.

한전의 복구 작업도 더뎌 피해도 지속됐다. 일부지역은 사고 12시간이 지나도 복구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학교, 주민센터, 경찰서 등 공공기관과 가스충전소 등이 운영 차질을 빚었다. 학교에는 찜통 속에서 수업이 이뤄졌다.

울산 국가산단 내에서 태풍 마이삭에 의한 업체 25곳 안팎에서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은 자체 발전기 등을 사용해 피해를 최소화 했지만 중소기업 등에서는 작업이 중단됐다.

원자력발전소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의 고리원자력본부 내 원전 4기가 3일 새벽 갑자기 운전을 멈췄다. 만일에 대비해 놓은 비상 발전기가 돌아갔다.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에서도 일부 시설 파손 등이 발생했지만 원전가동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울산 앞바다 지나가는 태풍 '하이선'
문제는 7일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된 제10호 태풍 ‘하이선’이다. 중심기압 920 안팎, 최대풍속 190km까지 발달해 역대급으로 평가되는 이 태풍은 9호 태풍 마이삭 보다 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울산 앞바다가 이동경로 한 가운데 놓여 있어 또 다시 강풍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일반 가정집은 물론 원자력 발전소, 산업단지 내 대형사업장에서도 정전사고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산은 남해안, 동해안에서는 아직까지 정전과 시설 등의 피해복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들은 대규모 정전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발생 하더라도 빠른 복구가 이뤄지도록 철저한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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