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확진으로 직장폐쇄땐 직원에 손해배상 묻겠다" 기업의 경고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손배·인사 불이익 등 쟁점화
"행정명령 위반한 뒤 확진으로
회사 피해 입었다면 소송 가능"
고의없다면 사측 제재 어려워

#. 직장인 박모씨(27)는 재택근무를 결정하면서 내놓은 회사 측의 공지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시, 해당 직원에게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퇴근 후 활동에 유의하라'는 회사 측의 경고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시 손해배상 또는 인사 불이익 등을 주겠다는 직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업무시간이 끝난 이후 활동이더라도, 유흥업소 방문 등 관련 행정명령을 위반한 뒤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면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경우나, 퇴근 후 단순한 특정 활동에 대한 책임은 묻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위법성' 있으면 배상해야 할 수도

6일 노동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유흥업소 등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시설에 방문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이로 인해 사업장이 폐쇄됐다면 사측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직장갑질119'에서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유경 노무사는 "코로나19 시국은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행법 위반으로 직장에 실제 손해가 발생한다면 소송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노신정 변호사는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 위반했을 때는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집합금지 등 행정명령 위반을 '불법행위'로 볼 수 없어 소송 제기 자체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박성우 노무법인 노동과 인권 노무사는 "불법행위는 형법상 범죄 행위 등을 가리킨다"며 "행정명령 위반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소송 제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봤다.

■ '고의' 없으면 사측 제재 어려워

전문가들은 다만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이른바 '깜깜이 환자' 상태에서 출근해 직장이 폐쇄된 경우 회사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퇴근 이후 특정 활동을 두고 사측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위법성·인과관계·실제 손해의 발생 등의 요소가 필요한데,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직원에게 위법성이나 고의가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기업이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 결과는 바뀔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사규 등을 폭넓게 적용한다면, 인사상 불이익 등 내부 조치는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노무사는 "사측에서 취업규칙 안의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을 적용해, 이를 통한 사내 조치는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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