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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 마음대로 못가는 나라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8 18:23

수정 2020.12.04 09:13

부작용 쏟아내는 토지거래허가제
  강남구·송파구 6월부터 시행
"무주택자 증명해야 거래 허가"
  대치동 매매 넉달새 전멸 수준
  전세 외에 주변 집값까지 올려
이사도 마음대로 못가는 나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에서 지난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해당 구청의 과도한 행정행위로 인해 매매거래가 아예 끊기고, 전셋값과 주변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살던 집을 팔고 새로 계약할 아파트에 입주할 계획인 실수요자라 하더라도 행정관청에서 자의적으로 자격요건을 해석, 민원인이 서류를 접수조차 못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보도되자 많은 국민이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니…" "여기 우리나라 맞냐" "토지거래허가제가 이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는 등 놀랍다는 반응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본지 10월 28일자 1면 참조>

"집부터 팔고 오라고?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매매거래가 아예 끊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치동의 경우 규제지역 지정 전인 6월 매매거래건수가 135건이었지만 8월 7건, 9월 8건, 10월(27일 기준) 2건 등으로 급감했다.

이를 방증하듯 강남구 내 중개업소들은 토지거래허가제에 한목소리로 "규제가 너무 과도하고, 심지어는 행정월권에 가까운 사례도 부지기수로 많다"며 성토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인근 중개업소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를 살 때는 계약서를 쓰기 전에 해당 구청에 문의하면 '무주택인 것을 증명할 수 없으면 거래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다"며 "만일 구청 말대로 살던 집을 팔고 왔는데 나중에 자금조달계획이 통과되지 않아 거래허가가 안 나오면 매수자는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는데 누가 그렇게 집을 먼저 팔고 오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허가가 나서 매매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세입자가 있는 경우는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하면 매수인은 집을 사더라도 실입주 위반으로 엄청난 과태료를 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홍남기 사례'가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임대차3법으로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은 최소 2개월 전에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통상적 매매거래는 계약부터 잔금을 마치는 데 적어도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만약 세입자가 안 좋은 마음을 갖게 되면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셋값·주변 집값 올리는 부작용만


토지거래허가제는 해당 지역 내 매수자와 매도자를 힘들게 하지만 전셋값에도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실입주할 경우에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단지에서 전세매물이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아이파크(768가구), 동부센트레빌(805가구), 래미안대치팰리스(1608가구) 3개 단지에서 전세매물은 단 1개뿐이었는데 아마 이마저도 거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집값은 급등하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수요는 줄지 않았는데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사라졌으니 주변이 오르는 것이다. 대치동 단지들과 도로를 마주보고 있는 도곡렉슬은 넉달 만에 5억원 정도가 급등했다. 전용면적 84㎡가 규제지역 지정 전 24억원이었는데 현재는 29억~30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얼마 전 29억원짜리 매물이 2000만원가량 깎여 28억8000만원에 거래가 일어났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이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


본지가 28일자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과도한 행정행위 실태를 보도하면서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은 '토지거래허가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땅 살 때만 문제되는 거 아니었느냐"는 반응부터 "앞으로 이사가려면 허락받아야 하나" "사유재산, 이전의 자유가 사라진 거냐" "토지거래허가제가 이렇게 무서운 거였나" 등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지역의 경우 토지면적 18㎡(상업지역은 20㎡) 이상을 취득할 경우 반드시 해당 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매수자는 계약예정금액, 토지이용에 관한 계획,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주택은 건물분과 대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통상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원룸형이 아닌 일반아파트는 모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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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10월27일~29일에 걸쳐 "왜 더 큰 평수로 옮겨요? 이거 거래허가 못내줍니다"라는 제목 등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대해 강남구는 "토지거래업무처리규정에 따라 이미 주택을 보유한 경우 당해 지역에 거주하여야 할 사유 또는 자기거주용 토지 또는 주택을 추가적으로 취득하여야 하는 사유를 소명하도록 한 절차에 따른 것이고, 강남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이후 10월28일까지 강남구청에 접수된 허가신청 233건 중 불허된 건은 3건에 불과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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