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땐 노동자, 다치면 학생" 산재 사각지대 놓인 대학원생
학생 신분에 산재법 적용 안돼
연구실 사고·피해 보상 못받아
이공계만 연구활동종사자보험
법 개정 나섰지만 과제 수두룩
지난 2019년 12월 27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 화학관 1층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남여 대학생 4명이 다쳤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1. 자연계열 대학원생 김모씨(25)는 지난해 한 달 내내 모 기업체에서 실습을 했다. 현장 근무자들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며 동일한 위험에 노출돼 있었지만, 산재보험에는 가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학생이라는 이유였다. 김씨는 "내 신분이 뭔지 스스로도 헷갈린다"고 털어놨다.
#2. 지난해 인문계열 대학원을 졸업한 전모씨(27)는 배를 타고 섬을 가거나, 오지로 실태조사 나갈 일이 잦았다. 날씨라도 안 좋은 날이면 조마조마했다. 학교 측으로부터는 산재보험은커녕 이공계에 한정되는 연구활동종사자보험 가입도 불가하다는 답을 받아서다.
대학 연구실에서 일하는 대학원생들이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다. 현장근무자와 다름없이 일하지만, 근무 과정에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정작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연구활동종사자보험 "이공계만"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원생은 산재보험 대신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연구활동종사자보험에 가입하게 돼있다. 다만 전씨 같은 인문·사회계열은 해당되지 않는다. 지급 한도도 최근에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다.
지난 2019년 12월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의 피해자 사례에서 이 제도의 미비점이 드러났다. 해당 대학원생은 당시 사고를 당한 5명 중 1명으로, 중증화상을 입고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비는 9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가 예산을 집행하고 모금액을 전달받아 일부 충당했지만, 향후 치료비용 지불은 막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김태현 부지부장은 "언제까지고 대학의 사후 조치에 기댈 수는 없다"며 "안전 담보, 구조적 사후 보장이 되는 실험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산재법 개정 추진, 과제는 '여전'
대학원생의 산재보험 가입은 불가하다. 학생으로 분류돼 노동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서다.
법적 허점을 메우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학생연구원 특례를 신설해 이들이 산재보험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산재가 적용되면 사고에 따른 치료비 전액에 더해 휴업급여(평균임금의 70%)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사망 땐 평균 급여 1300일분에 해당하는 일시금 또는 연금이 매달 지급된다.
강은미 의원실 관계자는 "대학, 국회, 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법안 통과를 기대해볼만 하다"며 "다만 고용노동부 등과의 추가 협의를 거쳐 오는 2월 임시국회 때 본격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산재 적용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소급 적용은 논의의 중심에서 멀어져있다. 정부·민간 발주 용역이 아닌 대학별 실험 사고에 대한 보장도 불투명하다. 산재가 적용돼도 대학 측의 피해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류재율 변호사는 "대학원생 산재 적용 논의가 진일보되긴 했으나, 이 법안이 노동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되려면 학생연구원에게 급여가 직접 지급돼 임금 내역이 가시화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김태일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