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치료받다 죽었는데… 병원선 "진료기록 못보여준다"
동물병원 피해상담 매년 300건
병원선 진료기록 발급 의무없어
의료 투명성위해 공개 주장 많아
수의사 "약물 오남용 우려" 반대
#. A씨가 기르던 생후 10개월 된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다가 혼수상태가 됐다. A씨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동물병원에 진료기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동물에 대한 진료기록 발급은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고양이가 건강을 잃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동물병원이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 발급이 의무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에선 치료받던 동물이 다치거나 죽어도 동물병원이 진료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진료기록부 발급, 정당한 권리"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의 피해 상담건수는 지난 △2016년 331건 △2017년 358건 △2018년 253건 △2019년 337건으로 나타났다. 매년 300건 안팎의 동물병원 관련 피해상담이 이어지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면서 반려동물 의료시장도 커지고 있으나 소비자와의 분쟁은 여전한 분위기다. 특히 반려동물 치료와 진료기록 공개 거부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살 된 반려견이 방광내시경 시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방광결석 외에 모든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받았던 반려견이 의료사고로 숨졌으나, 병원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진료기록부조차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동물 진료기록부 발급은 사람과 달리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과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라며 "왜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받지 못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 청원은 16일 기준 2만7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행법상 수의사는 반려견의 보호자에게 진료기록부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사람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기록부 발급을 거부할 수 없는 것과는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셈이다.
■"오남용 우려" vs. "투명성 높여"
국회에서는 동물병원 진료기록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번 국회에서만 이성만, 홍성국,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수의업계에선 개정안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약품 처방내역이 기록된 진료기록부가 노출되면 동물병원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에 오지 않고 약을 구입하는 등 오남용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동물단체 측에선 진료기록 발급이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반려동물 법령과 제도가 재정비돼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동물병원의 의료과실 가능성이 높아도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지 못해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 정보를 수의사 한 사람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제공받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반려동물 보호자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는 반려동물 의료시장을 투명화하고 질적 향상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