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잔재 '통신조회법' 개정 목소리 커진다
공수처 자료조회에 사찰논란 시끌
1977년 만든 법, 여러번 고쳤지만
'개인정보 제출' 골자는 안바뀌어
법조계 등 '영장주의 도입' 주장
정치권은 사후통지 필요성 논의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 정치인은 물론 그들의 지인, 정치인 팬클럽 회원 등 332명에 대한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며 해당 법 자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상에는 사업자가 임의로 자료 제공을 거부할 수 있으나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영장주의를 도입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는 통신조회 사실에 대한 사후 통지에 대한 법안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유신정권 시절이던 1977년 마련된 법으로 여러 차례 개정됐으나 수사 기관 요청에 따라 통신사 등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출한다는 골자는 변동되지 않았다.
법상에는 '재판·수사·형 집행·국가안전보장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 수집' 명목으로 수사·정보기관 등이 법원 영장 없이 이동통신사업자 등에게 이용자 개인정보(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등)를 요청하면 통신사가 이를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검찰,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태다.
실제로 김진욱 공수처장이 밝힌 올해 통신조회 건수는 어마어마하다. 검찰 59만7454건, 경찰 187만7582건, 공수처 135건으로 수사기관이 관행처럼 이를 이용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에서 "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장 일반적인 제도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현행법 상 수사기관이 아무런 제재 없이 통신자료조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한계점으로 꼽는다.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누구나 조회 대상이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로스쿨 한 교수는 "수사 초기에 통신조회를 통해 수사 범위를 좁히고 범죄 관련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민간인, 기자 등도 조회 대상에 들 수 있지만 이를 과도하게 남용할 경우 '비례의 원칙 상'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영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공수처는 인권친화, 선진 수사 기법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공수처 마저 관행적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통신자료무단 수집 자체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통신자료 조회에 법원의 영장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보적 분위기다. 통신자료조회 사실에 대해 당사자에 사후 통보해야 될 필요성은 있다고 보고 관련 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같은 당 강대식 의원 등의 개정안에는 통신조회 후 30일 이내 통지 절차를 하도록 했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배한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