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싼 급매 없나" "손해보곤 안팔아" 매물 늘어도 거래 미미
양도세 중과 유예 한달
집주인들 높은 호가에 내놓고
사려는 사람은 더 낮은 값 원해
매수-매도자 가격괴리는 여전
올해 단 1건만 거래된 아파트도
양도소득세를 줄여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늘리는 방법으로 거래 활성화와 집값 안정을 꾀하려던 새 정부 부동산정책이 첫 단추부터 꼬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이후 매물 증가세는 뚜렷하지만 대부분 매도자들이 높은 호가에 내놓다보니 가격 고점 우려와 금리인상 등으로 주저하는 매수자들과의 가격 괴리만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대세 하락 국면이 아닌 이상 양도세 감면 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5월 말에 가까워져야 하락 매물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물 늘어도 매수세 안붙어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시행일인 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간 서울의 매물 증가율은 13.1%(5만5509건→6만2818건)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2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1위는 광주(18.5%)다. 이어 인천 13.0%, 부산 12.4%, 대전 12.1% 등의 순이다. 유일하게 5.2% 감소한 제주(950건→901건) 외에는 모두 5% 이상의 매물 증가를 보였다.
양도세 감면 혜택으로 다주택자의 매물 출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주택자가 지난달 10일부터 내년 5월 9일까지 1년간 주택을 양도(잔금청산일 또는 등기이전일)할 경우 양도세 최고세율(지방세 10% 포함)이 82.5%에서 49.5%로 줄어든다. 매도한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했을 시 보유 연한에 따라 최고 3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
실제,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보유기간 15년의 주택을 양도차익 10억원으로 매매할 때 감면 전 양도세(지방세 10% 제외)는 6억8280만원인 반면 감면 후는 2억5755만원이다. 한시 감면 기간 내 매매로 양도차익의 40%가 넘는 4억2525만원의 절세 혜택이 생기는 셈이다.
늘어나는 유통 물량과 달리 매수세는 붙지 않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이후 부동산 시장 참여자 심리지수인 매수우위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전국 기준 지난달 9일 45에서 감소를 계속해 지난 6일에는 2019년 8월 이후 최저치인 39.3을 기록했다. 매도자의 시장 참여를 수요자 측에서 받아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격고점" vs "손해보는 매도 안해"
현장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갭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강남힐즈(1090가구)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물은 늘고 있지만 양도세 감면 기한이 많이 남았기 때문인지 아직 가격을 낮춘 급매는 없다"며 "집주인들은 수 천만원만 내려도 급매라고 생각하는데 종종 전화 오는 손님들은 시세보다 2억~3억원 낮은 매물을 찾다보니 거래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래미안강남힐즈의 올해 실거래는 지난 4월 전용 91㎡, 1건이 전부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도자가 양도세 감면을 받기 위한 다주택자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재건축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총 3930가구 규모의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대선 이후인 3·4월 거래가 발생했으나 5월부터는 다시 거래가 막혔다"며 "매물은 늘어나는 데 호가 하락은 없는 반면, 방문하는 고객들은 모두 수 천만원 저렴한 급매 물건만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월계시영아파트의 3·4월 실거래 건수는 11건, 5월은 2건이다. 5월 거래된 2건의 매매가는 8억원대로 4월 가격보다 각각 2500만원, 5800만원 내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는 유예 기간 내 매도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매우 크다"며 "만기가 다가올수록 혜택을 받기 위한 호가 하락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희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