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고인 면담도 어려운 양형조사… "법 개정 시급"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양형결정 필요한 자료 수집
법적 권한 없어 조사 한계

유죄판결 전 양형 조정 가능성을 따져보는 '양형 조사' 건수가 늘고 있지만 양형 조사관은 피고인과 접촉할 권한을 행사할 수 없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형 조사관은 구속 피고인들에 대한 직접 면담 권한이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양형 조사가 이뤄진 건수는 2012년 3332건에서 지난해 4541건으로 10년 동안 1209건(35.3%) 늘었다. 법원 양형 조사 건수가 늘면서 전국 법원의 양형조사관 수도 2013년 22명에서 올해 11월 기준 4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법원 양형조사관 제도는 보호관찰소의 '판결 전 조사'와는 별도의 제도로, 2009년 7월 처음 도입됐다. 보호관찰관이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청과 같은 법무부 소속으로, 감경인자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양형 조사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해서다. 보호관찰관의 '판결 전 조사'는 재범 가능성 조사에 집중하는 만큼 법원 차원에서 피해 회복과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을 보다 충실히 조사하겠다는 취지지만 양형 조사는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에 대해 판결하기 전 전 피고인의 성장환경, 성행(성품과 행실) 등을 조사해 양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제도다. 법원 소속 양형조사관이 양형을 조사해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즉 피고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피해 회복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따지는 것은 양형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재범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따져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 교화'라는 형벌의 목적에 맞는 적정 형벌을 보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무엇보다 피해자의 합의 여부가 중요한 양형 요소가 되는데, 피해자가 피고인 측과 직접 접촉을 꺼리는 만큼 양형조사관은 양측 사이에서 합의 의사를 전달하는 등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양형 조사관이 구속 피고인의 면담 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양형조사관의 업무 범위와 권한을 규정하는 법적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구속 피고인들의 직접 면담 권한과 관련 기관 협조 의무가 명시된 법원 소년·가정보호사건 조사관들과 달리 양형조사관은 근거 규정이 없다.

충실한 양형조사를 위해선 양형조사관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지난 1일 법원 양형조사관의 업무 범위와 조사 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양형조사관은 학교·병원 등에 의견조회와 문서 열람을 요청할 수 있고, 구속 피고인에 대한 관련기관 협조 의무 등이 담겼다.

최 의원은 "현행 양형조사관 제도에서는 자료 제출 요구 등의 권한이 명시되지 않아 양형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사하는 양형 조사는 법관의 양형 판단을 위한 근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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