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위험요소 파악 못한 정부·서울시… '제2 언북초' 불안
사고난 언북초 후문 앞 이면도로
단속카메라·신호등·인도 없는데
보행자 우선도로조차 지정 안돼
전국 스쿨존 현황 조사 필요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위험 환경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대한 기초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스쿨존 사고 0'를 계획하고 있지만 위험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지 않아 언제든 '제2의 언북초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험천만한 사고 현장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교 후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이면도로에서 하교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점인 언북초 후문 교차로는 '이면도로'로 무인교통단속장치는 물론 신호등, 인도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사가 매우 급하고 근처 청담동 먹자골목 거리와도 이어져 오가는 차들이 많아 사고 위험에 늘 노출된 곳이다. 그럼에도 '보행자 우선도로' 조차 지정돼 있지 않아 사고 우려가 컸다.
그러나 사고가 터진 뒤에도 현행 도로교통법 관련 위반사항이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간선도로에 무인교통단속장치와 신호등이 설치돼 있고, 폭 5m 미만의 이면도로라는 교통 여건상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무인교통단속장치나 신호등을 설치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가까운 간선도로에 이를 설치할 것이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 지침은 없다.
이를 두고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GIS(지리정보시스템)기반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쿨존 개선사업은 진행 중이지만 언북초 사례처럼 스쿨존 내에 인도가 없는 등 정확히 파악할 기초자료가 미흡하다"며 "이러다 보니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사각지대'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수석연구원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단위의 GIS 기반 스쿨존 인프라 정보를 수집해 정확한 위험 요소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쿨존 정확한 현황 모른다"
그렇다면 정부 차원의 어린이 보호구역 현황 파악은 어느 수준일까.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으로 스쿨존에 무인교통단속장비 등 안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실제로 스쿨존 내 무인교통단속장비나 신호등이 얼마나 설치됐는가에 대한 현황 파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사업에 따른 현재 기준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교통단속장비·신호등 미설치 현황'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현재 기준으로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행안부는 매년 업무계획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도 행안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스쿨존에 무인 단속을 위한 폐쇄회로(CC)TV 8만여대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행안부는 "아직 사업이 추진 중이라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고 23년 1월까지 시·도별 보호구역 내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서울시에서도 언북초와 같이 '인도가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자 '집계한 조사가 없다'고 답했다. 지자체와 관련 부처들이 관계 법령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의 다양한 위험 요인 평가나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고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주원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