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텅텅… "오가는 사람 없어 인근 상권마저 죽어요" [현장르포]
‘수유 칸타빌’ 미분양 후폭풍
집값 하락·고금리에 미분양 적체
15% 할인분양에도 거래 지지부진
인천·대구 등도 빠른 속도로 확산
"민간이 매입하게 규제 완화해야"
"지난해 분양을 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손님도 많아져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2월 28일 서울 강북구 칸타빌수유팰리스 인근 상인들은 미분양에 따른 상권침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단지는 지난해 7월 준공했지만 아직까지 미분양 물량이 남아 할인분양 중이다.
해당 지역에서 3년 이상 장사를 한 상인은 "입주가 시작됐지만 단지가 들어서기 전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상가 자체가 비어있는 곳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인근 상인은 "여기는 아무도 없다. 지난해 분양 시작을 해서 원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손님도 많아져야 되는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다른 가게도 다 마찬가지다. 아직 분양이 거의 안돼 문 닫는 상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분양 당시인 지난해 2월만 해도 청약불패 시기였다"며 "그런데 집값이 떨어지고 그 와중에 금리도 높아져 가격을 15% 할인해도 주변 단지보다 비싸 잘 안됐다"고 말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인천의 한 대단지 인근의 상인은 "이곳에 대단지가 들어온다고 해서 2년 전에 이곳에 와서 영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주변에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어 당초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 입주가 시작돼도 매출이 늘어날 것 같지 않아 계속 장사를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전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전락한 대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구에서) 2020년 말부터 집중적으로 분양한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다. 어림잡아도 3만가구가 넘는다"며 "동대구 역세권이나 수성구 등은 많이 오른 만큼의 낙폭이 커 분양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동대구역 근처에 좋은 단지가 들어와도 미분양이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분양 증가로 상권 활성화 기대감은 이미 꺾였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말 6만8000가구를 넘었고, 올해 1월 다시 7만5000가구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7500가구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미분양 물량이 앞으로 8만~10만가구까지 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은 일부 지역에 편중됐지만 확대되면 10만가구에 육박할 수 있다"며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사업자들은 공급을 꺼려 분양이 보류되거나 축소 혹은 무산될 수 있다. 이는 3~4년이나 길게는 4~5년 후 다시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하게 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민간이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미분양 민간매입 시 주택수에서 제외해주고 향후 5년간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9~2010년에도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조언했다.
상권뿐 아니라 연관산업 침체도 우려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당장 현장에서 자금줄이 막혀 금융 및 관리비용 등 기존 사업까지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미분양이 늘면 하도급업체를 비롯해 입주 관련 업체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쳐 해당 지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성석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