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에 부딪힌 銀 과점해소, 당국 기류변화 이유는 '실현 가능성'
"과점체제 깨겠다" 급출발한 은행권 제도개선TF
실무작업반 첫 회의서 스몰라이선스 '현실성' 지적
카드·보험·증권 지급결제 허용도
금산분리·리스크 관리 등 고질적 문제 여전
각 업계에서도 "금융판 뒤흔드는 이슈인데..
그동안 못했다가 지금은 되겠나" 의구심
정치권에선 "구조조정 아니라 서민금융 늘려라"
[파이낸셜뉴스] "중요한 건 실제로 은행권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지다. 논의된 과제들을 전부 채택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는 국민효용 증대, 금융안정을 핵심 기준으로 고려하겠다."(지난 3일,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과점체제 해소라는 대(大)과제를 안고 출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현실의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은행 추가 인가부터 인근업권(보험·카드·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까지 금융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현가능한 방안'을 찾기 어려워서다.
금융소비자 보호, 리스크 관리 등의 문제로 좌초됐던 해묵은 안건들이 정부당국 의지만으로 단번에 해결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각 업계에서도 섣부르게 은행권 진입을 준비하기보다는 논의 동향을 살펴보겠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하지만 첫 논의부터 현실성 문제가 지적됐다. 현행 5대 시중은행 체제를 깨기 위해 '신인'들을 들이는 방법은 실제 수요가 있는지부터 미지수다. 강영수 과장은 지난 3일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수요에 대해 "손들고 오실 분들이 누군지 묻는 절차를 아직 안 밟고 있다. 수요가 없을 수도 있다"라며 "다만 미래 시점까지 감안해야 하고,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진입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1차 회의에서도 특화은행의 수익성 한계 등 건전성 문제,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규제완화시 금산분리 논란 등이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틈새시장 집중으로 시중은행 독점구조 해소라는 촉진 효과는 미미하고 은행법 개정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업 추가인가나 저축은행·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또한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날지는 물음표다.
우선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요건을 갖출 경우 신규 설립을 인가하는 것과 관련 "4대 시중은행에 상응하는 규모의 신규 은행 설립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산업 경쟁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대주주 적격성, 비금융주력자한도와 같은 요건 충족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발전을 위해 영업구역을 확대하거나, 두 개 이상 지방은행을 보유한 지방은행 지주에 대해 계열사간 정보공유를 완화하는 등 시중은행과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대안이 나왔다.
인근업권, 즉 카드·증권·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은 수요는 존재하나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 리스크 관리가 숙제다. 과거에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을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민주당 김병욱 의원안)이 나왔지만 2년 넘게 논의에 진척이 없다. 회의에서 검토된 방안은 △카드사 ·보험사의 종합지급결제 업무 허용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등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 반면 카드·보험·증권사는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아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실무작업반은 '동일업무·동일리스크·동일규제' 원칙 하에 정부, 한국은행과 업권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 논의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며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지적된 각 방안의 단점들이 스쳐 지나갈 만한 단점들이 아니다. 금융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문제인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증권·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건 금산분리 문제도 있고, 금융위기가 올 때 기존 시중은행들만큼 리스크 헤지를 할 수 있을지 등 파급효과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사례를 봤을 때 소규모 특화은행이 설립된다고 해도 실제 경쟁촉진에 영향을 미칠지, 또 그만큼 성장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카드나 보험사에서도 논의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로서는 지급결제를 하면 비용절감이나 고객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지급결제를 허용하려 해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간 은행권과 당국 측 반대로 허용이 안 됐는데 이번이라고 진척이 있을지 의문이라 향후 논의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당국과 정치권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14일 임원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스몰 라이선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지만, 2주 후인 27일에는 "시장의 신규 진입만이 경쟁의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라며 스몰 라이선스·챌린저 뱅크는 각론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당국 관계자는 "입장이 바뀐 건 아니다"라면서도 "신규은행 추가인가는 '너무 나갔다'라는 지적이 잇따르니 톤을 조절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지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전에 30여개로 난립했던 국내은행이 위기 이후 부실은행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등 힘겨운 과정을 가치면서 20개로 운영되는 현재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라며 "금융산업 글로벌 진출을 위해 메가뱅크 육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는 만큼 정부는 은행 구조조정이 아니라 서민금융 지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국은 여러 방안들 중 국민효용 증진을 최우선으로, 금융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고려해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 우선순위를 정할 계획이다. TF는 오는 8일 실무작업반 2차 회의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권간 경쟁촉진 과제별 구체적인 경쟁 구도와 효과, 실효성 등을 논의한다.
[email protected] 김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