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기 기술탈취 여전히 '기승'..피해액 산정부터 명확해야
피해액 5배까지 배상하는 개정안 추진 중이지만
피해액 자체가 적게 인정되는 문제 있어
[파이낸셜뉴스]
특히 현행법상 중기의 피해액 3배까지 손해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판사의 재량에 따라 피해액 산정 기준이 들쭉 날쭉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2022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소기업 기술침해 피해 건수는 280여건으로 조사됐다. 피해액은 2827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기술 탈취에 대해 현행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법안을 개정해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해도 피해액 자체가 적게 계산되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액 산정 기준에서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을 인정한 조항들이 많은 데다 판사들이 혁신기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만큼 대기업에 빼앗긴 중소기업들의 기술에 대한 밸류 판단이 적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40조의3 2항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14조의2 1항 2호는 각각 △손해액 증명이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해 손해액을 인정하고 △기술을 침해 당한 자가 생산 가능했지만 판매하지 못한 물건 등 피해 범위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이같은 규정 때문에 지난 2021년 12월 태양광 중소기업 S사가 H그룹을 상대로 기술 탈취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손해배상금은 10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피해액의 2배를 배상받게 됐지만 피해액이 5억원만 인정됐기 때문이다.
S사는 연구개발비만 40억원이 투입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연구개발비의 4분의 1정도밖에 손해배상을 인정받지 못해 배상금을 받더라도 정상적인 기업 운영에는 한 참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기업과의 분쟁이 발생해도 오랜 소송 기간과 소송비용 및 적은 손해배상액 등으로 회사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수십억원의 막대한 개발자금을 쏟아붓고도 쥐꼬리만큼의 손해 배상으로 결국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만 피해자라는 인식이 많은 게 현실이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문제는 침해 기술에 대해서 사용료 계약을 맺은 적이 없는 기업은 '합리적으로 받을 금액'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대부분 벤처라든지 스타트업 기업 같은 경우는 판매계약을 하기 전에 기술 침해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실제 판결문을 보면 계산 근거도 없이 그냥 '이 정도가 적절한 손해액으로 보인다'라고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행 법상 피해액 기준이 있어도 그 안에 다 포섭될 수 없는 그런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기술자료와 영업비밀에 관해 부당하게 유용행위를 한 경우 피해액의 5배 이내까지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관련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선제적 억지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걸 골자로 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mail protected] 노유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