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서민금융 아닌 포용금융에 답 있다
역대 정권마다 서민금융 해법 찾기는 '불가능한 방정식'에 가까웠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시장에 맡기면 '약자 외면'이라는 질타가 따른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불만 없이 서민금융 문제를 해결한다면 노벨 경제학상을 줘도 모자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금융 금리가 높다는 발언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서민금융안정기금' 도입도 마찬가지다. 이런 논쟁은 결국 금융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을 '능력주의' 관점으로 볼 것인가, '사회적 포용'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다.
서민금융에 대한 곱지 않은 인식은 공정성에서 정점을 이룬다.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 높은 신용점수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저신용자에게 더 낮은 금리 혜택을 준다면, 성실히 금융활동을 해온 사람은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는 능력주의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 포용의 관점은 모든 사람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기회를 누리게 하려는 데 목적을 둔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멀리 내다보면 능력주의 관점과 금융 포용 관점은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논쟁은 어차피 피해는 국민들이 본다는 사고방식이다. 은행 돈을 끌어다 서민에게 저리로 나눠주면, 은행은 일반 금융상품 금리를 슬쩍 올려 손해를 만회할 거란 얘기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특성상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이런 정책을 통해 계층 간 소득 재분배 효과는 생긴다.
서민금융 정책이 욕먹는 또 다른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1·2금융권의 대부업 대출 논란이 그렇다. 1·2금융권이 몇 년간 대부업체에 저리로 38조원을 빌려주고 이를 통해 이자 수익만 2조50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게 쟁점이다. 대부업체가 이 돈을 종잣돈 삼아 연 20%에 가까운 고금리로 서민에게 재대출했다는 점도 분노를 샀다. 단면적 현상만 보면 은행과 대부업체 모두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은행권이 대부업에 자금을 공급하도록 길을 터준 건 금융당국이다.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면서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에 사각지대가 벌어졌다. 이 공백을 메우려는 차선책으로 우수 대부업체에 한해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업체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당시 의사결정의 취지와 맥락을 생략한 채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면 정책의 일관성은 훼손되고 만다.
서민금융 정책을 도덕과 감정만으로 다루면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정당한 비판 뒤에는 구체적 대안이 따라야 한다. 더구나 현행 금융 관행 안에서 솔루션을 찾다 보면 땜질 처방을 벗어날 수 없다. 명확한 제도와 혁신의 도구를 갖출 때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민금융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갇힐 게 아니라 금융 포용을 앞세우는 게 지혜롭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안정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금융 불평등을 해소하는 실용적 관점이 바로 금융 포용이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의 목표를 실현하는 정책적 도구도 혁신해야 한다. 서민금융 논란은 '은행 대 서민'의 구도가 아니라 '낡은 제도 대 혁신'의 싸움으로 보는 게 맞다. 디지털 금융 포용의 핵심 도구인 블록체인과 대안 신용평가 및 핀테크 금융 플랫폼의 활성화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기존 신용평가체계와 금융 서비스는 제도와 기술의 한계 탓에 저신용 소비자를 제도권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이런 기술에 힘입어 디지털 금융 포용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금융 서비스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포용사회를 여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