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 오페라[박혜진이 꿈꾸는 오페라]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4 09:37

수정 2026.04.14 09:37

박혜진 국립오페라단장 칼럼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공연 장면.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공연 장면.

[파이낸셜뉴스] 오페라는 언제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배신, 이상과 절망의 드라마는 특정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초상이며, 시대적 고민과 갈등을 투영한 기록이다. 역사적 오페라 작품들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한 여인의 사랑과 희생을 통해 도덕을 앞세우는 사회의 위선을 고발한다. 비록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하지만 개인의 순수한 감정보다 사회의 규범과 주변의 시선이 우선되는 구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푸치니의 ′라 보엠′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자유로운 청춘의 낭만과 동시에 그 이면에 자리한 불안과 좌절을 보여준다. 꿈을 좇지만 생존의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은 세대를 넘어 반복되는 서사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하인과 귀족의 관계를 뒤흔드는 극적 전개를 통해 계급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사회적 균열과 변화를 예고한다. 오페라는 이렇게 시대의 문제를 음악과 극이라는 언어로 번역해온 예술이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오페라 속에 담겨진 인간의 본 모습은 여전히 현재에도 존재한다. 권력, 사랑, 자유, 정의 등 오페라가 그려내는 주제들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변형된 모습으로 우리의 삶 속에 여전히 존재한다. 오페라는 그런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 예술이다. 무대 위의 한 장면은 종종 관객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우리는 성악가의 눈빛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보고, 아리아의 절규 속에서 사회의 불안을 듣는다.

오페라가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 내면의 본질과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페라는 그러한 질문을 가장 집요하면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끝없이 되묻고 답을 구하는 과정을 그리는 예술이다. 무대 위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는 단순한 음악적 장치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감정과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목소리다. 관객은 그 목소리를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다.

결국 오페라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소통하며 현재의 사회적 현상을 해석하는 도구다. 그래서 우리는 오페라를 통해 자화상을 그려낸다.
화려한 무대는 막이 내리면 사라지지만, 그 안에서 던져진 질문은 여전히 관객들의 맘 속에 맴돈다. 오페라는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예술이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민을 함께 공감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오페라는 시대를 넘어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남을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