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야구 응원팀 이기면 1만원 저금... 팬심 저축하는 '팬덤금융' 뜬다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카카오뱅크 기록통장 인기몰이
응원의 역사 통장에 남아 매력적
지방銀, 연고지 야구단과 연계
성적·우승여부 따라 우대금리
우리銀 e스포츠팬 위한 상품도

프로야구단 LG트윈스를 응원하는 직장인 A씨의 카카오뱅크 기록통장 화면. 카카오뱅크 제공
프로야구단 LG트윈스를 응원하는 직장인 A씨의 카카오뱅크 기록통장 화면. 카카오뱅크 제공

#. 프로야구 LG트윈스를 응원하는 직장인 A씨는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을 2년째 이용하고 있다. 응원팀이 이기면 1만원, '최애 선수'가 경기 MVP에 선정되면 2만원을 저축하는 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서 스포츠·가수 등 '팬덤 문화'를 금융상품에 접목하고 있다. 고객의 팬심이 자연스럽게 금융상품 이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은 응원 문화를 저축으로 연결한 대표 상품이다. 기록통장은 고객이 직접 '모으기 규칙'을 설정해 의미 있는 순간마다 돈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최대 20개의 규칙을 설정할 수 있으며, 계좌 커버 사진도 직접 고를 수 있어 가수·스포츠 팬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연 1.60% 금리를 제공한다.

아이돌 팬덤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 데뷔일, 앨범 발매일, 콘텐츠 공개일 등에 맞춰 '저축 규칙'을 만들 수 있다. 가수를 응원하고 기념하는 순간을 저축으로 남길 수 있어 금융상품이 팬덤 활동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역시 팬덤금융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4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개설 목적을 '팬모임'으로 선택한 고객 중 60대 이상 비중이 약 10%에 이른다. '임영웅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중장년층 팬덤 문화가 확산된 영향이라고 카카오뱅크는 분석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좋아하는 가수나 구단을 향한 응원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저축을 통해 팬심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며 "응원과 함께 저축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기록통장의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방은행은 연고지 프로야구단과 연계한 금융상품으로 지역 스포츠 팬덤을 공략한다. 해당 지역 구단의 성적이나 우승 여부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BNK부산은행은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선전을 기원하며 'BNK가을야구예·적금'을, NH농협은행은 최고 연 7.0% 금리를 제공하는 'NC다이노스 위풍당당 적금'을 각각 선보였다. 광주은행 역시 KIA타이거즈의 1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응원하며 '기아챔피언스카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 연계 상품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지역 밀착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e스포츠 팬을 위한 금융상품도 등장했다. LCK의 메인 파트너인 우리은행은 지난달 '우리 T-WON' 상품 3종을 내놨다. 이 가운데 '우리 T-WON 적금'은 우리WON뱅킹 내 e스포츠관 서비스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e스포츠관은 승부 예측 등 팬 참여형 이벤트를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은행권이 팬덤금융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팬덤 기반 상품은 금리 경쟁만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기존 수신 상품과 달리, 고객의 취향과 감정이 금융상품 이용 동기로 연결된다. 좋아하는 선수나 가수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앱에 접속하고, 금융상품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팬덤 금융은 고객이 좋아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금융상품 이용 동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다"며 "단순히 금리나 혜택을 앞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취향과 응원 문화를 은행 앱 안으로 끌어들이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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