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1만1300개 계좌 돌린 '테더 세탁망'…캄보디아 총책까지 체포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피싱 피해금 국내외 거래소 오가며 세탁
中 세탁책 포함 56명 무더기 송치
연관 계좌 1만1300개서 피해액 257억 확인
외국인 상대 무등록 환전상 33명도 적발

서울경찰청이 공개한 가상자산 자금세탁 범행 구조. 피의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테더(USDT)를 옮겨 현금화한 뒤 투자사기 조직 계좌로 송금하거나, 로맨스스캠 피해금을 테더로 바꿔 캄보디아 소재 해외 거래소로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이 공개한 가상자산 자금세탁 범행 구조. 피의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테더(USDT)를 옮겨 현금화한 뒤 투자사기 조직 계좌로 송금하거나, 로맨스스캠 피해금을 테더로 바꿔 캄보디아 소재 해외 거래소로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과 투자리딩 사기, 로맨스스캠 등으로 벌어들인 범죄자금 168억원을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오가며 세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캄보디아에서 범행을 지휘한 한국인 총책도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1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외국환거래법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 혐의로 자금세탁책과 무등록 환전상 등 5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핵심 자금세탁책 A씨(45)와 B씨(30) 등 2명은 구속됐다.

A씨 등 9명은 2024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해외 총책 C씨(29)의 지시를 받아 후이원페이와 후오비 등 해외 가상자산 플랫폼에서 약 140억원 상당의 테더(USDT)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해외에서 받은 테더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매도한 뒤 대금을 C씨가 관리하는 유령법인 명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다시 1만1000여개 계좌를 거쳐 투자사기 피해자에게 수익금처럼 지급하는 이른바 '미끼자금' 등에 사용됐다.

구속된 중국인 A씨와 조선족 출신의 한국인 B씨는 각각 52억원과 26억원 상당의 자금을 세탁한 핵심 인물로 파악됐다. B씨는 해외에서 알게 된 C씨와 선후배 관계로, 그의 지시를 받아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조직원 14명은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로맨스스캠 범죄에 가담하며 2024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피해금 약 28억원을 국내 거래소에서 테더로 바꿔 해외로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해외로 넘어간 테더는 후이원페이를 거쳐 캄보디아 현지 화폐로 환전된 뒤 조직 총책 등에게 전달됐다. 이 과정에는 피의자 본인 명의 계좌와 대포계좌 등 310여개가 동원됐다.

경찰은 이들이 테더 매입과 국내외 거래소 간 전송을 반복하며 모두 2만4500여차례에 걸쳐 168억원 상당을 세탁하거나 불법 환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전체 피싱 피해 규모는 이보다 컸다. 경찰이 자금세탁에 연관된 계좌 1만1300여개를 분석한 결과 보이스피싱과 투자사기 등 피싱 피해 265건, 257억원 상당이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자금세탁 과정에서 챙긴 약 6억5000만원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했다.

무등록 환전상들이 외국인 관광객과 지인 등으로부터 원화나 외화를 받은 뒤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오가며 테더(USDT)를 사고팔아 불법 환전한 과정. 서울경찰청 제공
무등록 환전상들이 외국인 관광객과 지인 등으로부터 원화나 외화를 받은 뒤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오가며 테더(USDT)를 사고팔아 불법 환전한 과정. 서울경찰청 제공

외국인 관광객과 지인 등을 상대로 가상자산 환전을 대행한 무등록 환전상들도 적발됐다. 환전상 33명은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국내외 거래소에서 테더를 구입해 전송한 뒤 이를 원화나 외화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모두 63억원 상당을 불법 환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현지 범죄조직의 자금세탁 경로를 들여다보던 중 이번 조직의 단서를 포착했다.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공조해 거래소 계정과 금융계좌를 추적한 끝에 A씨와 B씨 등을 특정했다.

로맨스스캠과 투자사기, 자금세탁 조직을 총괄한 한국인 C씨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뒤 지난달 2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캄보디아 당국과 C씨의 국내 송환 절차를 조율하고 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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