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원유수출 허용…트럼프 '경제적 당근' 꺼냈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란에 대한 대규모 경제적 유인책도 함께 공개되고 있다. 미국은 합의 서명과 동시에 이란의 원유 수출을 허용하고 금융·운송·보험 분야 제재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추가 제재 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따라 이란의 원유와 연료 판매 재개를 즉시 허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공식 서명과 동시에 원유 판매 관련 제재 면제 조치가 발효될 전망이다. 제재 완화 대상에는 원유 거래를 지원하는 은행 업무와 운송, 보험 등 필수 서비스도 포함됐다.
실제 변화 조짐도 감지됐다. 비영리단체 '핵무기 반대 이란 연합(UANI)'은 원유를 실은 이란 초대형 유조선이 차바하르항을 출항해 미국의 봉쇄 구역을 통과한 뒤 위치추적장치(AIS)를 켠 상태로 오만만을 항해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미국의 봉쇄 조치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미국은 제재 완화가 무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초기 제재 완화는 제공되겠지만 지속적인 제재 완화 여부는 이란의 이행 성과에 달려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협상 등 미국의 요구 사항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십억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핵합의(JCPOA) 이후 이란에 현금을 제공했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첫 임기 중 해당 핵합의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이번에는 원유 수출 허용이라는 '경제적 당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의 핵심 협상 카드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도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유인책 없이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계속 붙잡아 두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 다시 봉쇄 조치를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출신인 시마 샤인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INSS) 연구원도 "원유 수출 허용은 이란에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국제 유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