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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물나고, 측은하다"... 14억 대국의 꺾인 축구 굴기, 심판 출격으로 위안 삼다 [2026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6 아시안컵 중국 축구.AFC
2026 아시안컵 중국 축구.AFC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월드컵 축제. 하지만 무려 6회 연속으로 본선 무대 초대장을 받지 못한 중국 축구는 철저한 구경꾼 신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지금 중국 대륙이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국 국가대표팀 선수의 호쾌한 득점포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호각을 입에 문 '심판'이다.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1979년생 베테랑 심판 마닝이 오는 21일 열리는 에콰도르와 퀴라소의 조별리그 E조 경기에서 중국인 최초로 월드컵 주심 마스크를 쓴다. 지난 카타르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 마닝은 평소 자국 리그에서 카드를 아끼지 않는 단호한 판정으로 일명 '카드의 심판'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이번 대회에는 마닝 주심을 필두로 저우페이(부심), 푸밍(VAR)까지 중국인 심판 3인방이 출격해 에콰도르-퀴라소전을 관장한다.

선수들이 짐을 싼 마당에 심판이 조연을 넘어 경기를 지휘하는 '주연(주심)'으로 나선다는 소식에 중국 대륙은 묘한 흥분 상태다. 현지 축구팬들은 "중국 축구 역사에 남을 순간", "빅매치가 아니어도 무조건 본방 사수다"라며 눈물겨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선수가 밟지 못한 월드컵 잔디를 심판의 발끝을 통해서라도 대리 만족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환호의 이면에는 중국 축구의 참담한 현실을 꼬집는 뼈아픈 조소와 냉소가 더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일부 이성적인 팬들은 "우리 팀은 어차피 예선에서 탈락했으니, 마닝이 어떤 막장 판정을 내려도 보복당할 팀이 없어 다행"이라는 씁쓸한 농담을 던지고 있다. 나아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은 중국 스폰서 기업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 "저 심판이 14억 중국인 중 유일하게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는 사람"이라는 뼈 때리는 자조마저 쏟아지는 실정이다.

'축구 굴기'를 외치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6연속 예선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뿐이었다.

결국 14억 대국이 월드컵 기간 내내 의지할 곳이라고는 자국 심판의 휘슬 소리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전락해버린 중국 축구의 현주소를 이보다 더 비참하고 코미디같이 보여주는 장면이 또 있을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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