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국민연금처럼 기금이 운용… 전문성 높여 노후자금 불린다 [퇴직연금 제도 대수술 (상)]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500조 퇴직연금 개편 신호탄
기금화 초기엔 DC형부터 적용
DB형은 현재의 '계약형' 유지
금융기관 개방·사용자연합형 등
세가지 형태 놓고 각론 검토중

국민연금처럼 기금이 운용… 전문성 높여 노후자금 불린다 [퇴직연금 제도 대수술 (상)]

정부가 20년 만의 퇴직연금 제도 대수술에 돌입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다. 정부는 예·적금에 치우쳐 있는 퇴직연금을 외부 금융전문가들이 운용할 경우 현재 평균 2%대인 수익률을 높여 직장인들의 든든한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증시의 안전판 역할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1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4개 분과 실무작업반을 중심으로 다음 달 말 공개를 목표로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개인이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할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사를 고르고, 퇴직연금 상품을 선택하는 계약형에서 자산운용기금(수탁법인)이 퇴직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기금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자산배분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국민연금처럼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퇴직연금 기금화 초기 단계에서는 확정기여(DC)형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확정급여(DB)형은 현행 제도인 계약형으로 운영된다.

정부가 올해 2월 공개한 기금형 퇴직연금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민간 금융회사가 별도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여러 기업이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사용자 연합형 △중소기업 가입자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 개방형 등이다. 현재는 세 가지 방안의 구체적인 각론이 검토되는 단계다.

금융기관 개방형에서는 은행 금융지주별로 수탁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테면 KB금융지주가 수탁법인을 설립하면 KB국민은행, KB증권, KB라이프생명, KB자산운용 등이 수탁법인 안에 들어가 퇴직연금 상품 구성과 운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

삼성금융네트웍스나 미래에셋그룹처럼 은행 금융지주가 없더라도 수탁법인을 금융회사별로 구성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실무작업반에서 어떤 형태를 허용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연합형은 별도 법인을 만들어야 해 추가 비용이 얼마나 투입되는지가 관건이고, 공공기관 개방형의 경우 국민연금이 수탁법인으로 참여할지가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그동안 퇴직연금 시장은 민간 금융사 중심으로 치열한 유치전이 펼쳐진 만큼 퇴직연금 시장에 국민연금이 뛰어들 경우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개방형에 국민연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하는데 정부가 국민연금을 우회해서 개입하는 '연금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으로 중소기업 사업장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중소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적용을 위한 실태조사도 노동연구원을 통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말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노사정위원회에서 사업장 규모별로 도입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세부안에서 각론이 확정되면 올해 하반기 국회 심사에 돌입하게 된다. 퇴직연금 기금화가 본격화될 경우 최근 '9000피'를 달성한 코스피시장에 퇴직연금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 변동성이나 급락을 막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금은 자산배분과 안전성을 갖추고 있어 퇴직연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안정적 운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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