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금형 퇴직연금 급물살... 500조 증시 안전판 기대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퇴직연금 20여년만에 대수술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 저조
기금형 도입 땐 수익형 비중 커져
"증시 변동성 방어에도 기여할 것"

기금형 퇴직연금 급물살... 500조 증시 안전판 기대

5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도입 20여년 만에 대수술에 들어가면서 '9000피' 시대를 연 국내 증시의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기금형 퇴직연금의 제도화를 목표로 노사정위원회, 전문가, 은행·금융투자·보험 등 금융업계와 기금형 퇴직연금 세부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 달 말 세부안이 공개되면 하반기 국회 입법을 거쳐 내년부터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확정기여(DC)형부터 적용된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수백조원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대신한 '증시 안전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퇴직연금 내 상장지수펀드(ETF) 잔액은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증시 호황으로 퇴직연금 자금이 은행에서 증시로 이동하면서 2023년 9조원에서 지난해 48조7000억원으로 1년 새 5배 넘게 늘었다. 최근 3년간 매년 100% 넘게 증가하며 올해도 퇴직연금에서 ETF를 통해 100조원이 증시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금형 도입을 통해 대규모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예·적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별·개인별로 분산된 퇴직연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가입자를 대신해 기금을 관리하는 수탁법인이 자산운용사를 선정하고 성과를 평가·감독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이다. 400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500조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가입자 증가와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 등 수익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적립금의 대부분은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다. 전체 퇴직연금의 75%(378조원)가 물가상승률을 간신히 방어하는 수익률 3% 안팎의 예·적금에 쌓이며 사실상 '저축 통장'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수익률 제고와 함께 증시 유동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줄이고, 수익형 비중이 늘어나며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단순 계산으로 주식형 자산 비중을 30%까지 늘리면 15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장기투자 성격의 퇴직연금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호주 등 해외에서는 퇴직연금이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의 401(k)은 미국 국민 7000만명이 가입한 퇴직연금으로, 매년 운용자금의 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다. 성공적인 기금형 퇴직연금으로 불리는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도 예금금리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내며 증시 안전판이자 노후생활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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