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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겨울왕국'에 집착하며 4살이 된 18세女…알고 보니 치명적 '희귀 질환' [헬스톡]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어느날 갑자기 '자가면역성 항NMDA 수용체 뇌염' 진단을 받은 영국의 18세 여성. 출처=더선
어느날 갑자기 '자가면역성 항NMDA 수용체 뇌염' 진단을 받은 영국의 18세 여성. 출처=더선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18세 여성이 갑자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 주제곡에 집착하며 4살 아이처럼 행동한 뒤 치명적일 수 있는 희귀 뇌질환 진단을 받은 사연이 알려졌다.

29일 더 선에 따르면 영국 햄프셔주 베이싱스토크에 거주하는 엘리스 시모어(18)는 2025년 9월 그리스 로도스섬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이상 증세를 겪기 시작했다. 유독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집착하며 혼란스러워했고, 극심한 피로와 불안감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3시간 반의 비행 동안 그녀는 허공만 응시한 채 '겨울왕국' OST만 반복해서 들었다. 귀국 후에도 일주일 내내 침대에 누워 '미니언즈' 등 애니메이션만 시청했다.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었다. 그녀는 숫자 10까지 세거나 알파벳을 말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직장에서 1년 넘게 해오던 업무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엘리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정말 4살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뇌가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심리치료사가 설명해 주었다"고 말했다.

뇌를 공격하는 면역 체계, '항NMDA 수용체 뇌염'

증상은 인지 저하에서 멈추지 않았다. 목과 등에 뻣뻣함을 느끼던 엘리스는 샤워 중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후 병원 대기실에서도 또다시 발작과 심한 흥분 상태를 보여 정신질환(정신병)으로 오인받기도 했다.

요추 천자와 MRI 검사, 옥스퍼드 전문 센터의 혈액 검사 결과 그녀의 정확한 병명이 밝혀졌다. 바로 '자가면역성 항NMDA 수용체 뇌염'이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이 뇌염은 신체의 면역 체계가 자신의 뇌세포를 공격해 뇌에 심각한 부종(염증)을 일으키는 희귀 질환이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즉각적인 병원 치료가 필수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해당 질환은 발병 초기 단순한 감기나 독감으로 오인하기 쉬워 조기 진단이 까다로운 편이다. 초기 증상으로는 고열과 심한 두통 등 일상적인 감기몸살과 유사한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 시간에서 길게는 수주 내에 치명적인 신경학적 이상 증세가 급격히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뇌에 염증이 진행되면서 환자는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앞선 사례처럼 뜬금없이 어린아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등 성격과 행동 양식에서 주변인이 당황할 정도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

증상이 더욱 악화하면 신체적 통제력마저 무너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이나 언어 장애가 발생하고, 신체 일부가 마비되어 스스로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종국에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의식 저하를 넘어 완전한 의식 상실 상태에 빠질 수 있어, 환자의 행동 변화를 감지했을 때 지체 없이 응급 치료를 받는 것이 생명과 직결된다.

발병 원인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상포진이나 수두를 유발하는 흔한 바이러스, 면역 체계의 이상, 세균 및 진균 감염 등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엘리스의 경우 학업과 취업 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성격 급변하면 즉시 병원 찾아야"

엘리스는 10월 중순부터 면역글로불린과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며 염증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뇌염이 남긴 상흔은 컸다. 그녀는 말하고 쓰는 법부터 기타 치는 법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했다.

꾸준한 치료와 재활 끝에 올해 2월 무사히 직장으로 복귀한 그녀는 여전히 약간의 기억력 문제를 안고 있지만 생존한 것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엘리스는 "이 질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신이나 주변 사람에게서 이처럼 갑작스러운 행동이나 성격 변화가 관찰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즉각적인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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