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고령의 적' 상심증후군.."배우자 사별 후 1년이 중요"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부산 온병원·울주병원, 남은 이의 심장과 일상 지키기 제안

[파이낸셜뉴스] 평생을 함께하며 일상과 감정을 공유하던 배우자와의 이별은 인생에서 마주하는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다.

의학·심리학계에서는 배우자를 잃은 뒤 남은 배우자의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사별 효과(Widowhood Effect)' 혹은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이라 부른다.

2일 의학계와 통계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 사별 후 첫 3개월에서 1년 이내의 사망 위험은 정상적인 부부 상태인 사람들에 비해 최대 70% 이상 치솟는다.

노년기 남성(할아버지)의 경우 아내를 잃은 후 일상 관리 능력을 상실하고 정서적 고립에 빠지면서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배우자가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 1년'. 가족들은 남은 부모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배려해야 할까?
배우자를 잃은 슬픔은 단순한 심리적 고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극심한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는 면역계를 마비시키고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급증시킨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 등을 앓던 어르신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삶의 의욕을 잃고 식사를 거르거나 약 복용을 중단해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울산시 울주군 울주병원 정종훈 병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배우자 사별 후 고령의 환자들은 영양 불균형과 만성질환 관리 부실로 인해 1년 이내에 폐렴 같은 급성 감염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정 병원장은 "특히 평소 가사나 건강관리를 아내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왔던 남성 어르신들의 경우 일상 붕괴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며 "가족들은 어르신이 식사를 제때 하시는지, 매일 먹던 약을 거르지 않는지 매일 전화를 하거나 자주 방문해 '밀착 모니터링'과 함께 물리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슬퍼하는 부모를 보며 "이제 그만 털어내라" "자식들을 봐서라도 기운 차려라"라며 슬픔을 억누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물과 분노, 그리움을 충분히 표현하는 '애도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를 친료하고 있는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 온병원 제공
환자를 친료하고 있는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 온병원 제공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배우자의 상실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은 깊은 공허함과 죄책감을 동반한다"며 "가족들은 부모님이 고인의 이야기를 꺼낼 때 회피하지 말고 충분히 들어주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정서적 안전기지가 돼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과장은 '애도'가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별 초기에는 슬픔을 참지 않도록 배려하되, 슬픔이 만성화되어 사회적 고립이나 가면 우울증, 혹은 치매 증상으로 발현되지 않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며 "사별 후 수개월이 지나도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식사 거부가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슬픔이 아닌 병적인 우울증 단계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적인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 온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울산시 울주군 울주병원 전문의들은 홀로 남은 부모의 건강한 회복을 돕기 위해 자녀들이 일상에서 구체적이고 세심한 행동 지침을 실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먼저, 사별 직후 '가장 위험한 첫 3개월' 동안은 부모를 혼자 두지 않아야 한다. 이 시기는 심장 질환이나 급성 감염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가장 치솟는 때다. 자녀들은 주말마다 번갈아 부모를 방문하거나 일상적인 통화를 규칙적으로 이어가면서, 부모가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극단적인 외로움과 고립감에 빠지지 않도록 정서적 안전망을 구축해 줘야 한다.

또,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벼운 '일상의 루틴'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사별 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감에 빠지기 쉬우므로, 집 앞 산책이나 가벼운 마트 장보기 등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일과를 자녀가 함께 수행해 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작은 활동들은 부모가 깨진 일상의 감각을 서서히 되찾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
고인의 흔적이 담긴 유품을 너무 급하게 치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마음 아파할까 봐 고인의 물건을 서둘러 처분하곤 하지만 이는 도리어 남겨진 이에게 삶의 터전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듯한 2차 충격을 줄 수 있다. 부모님이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슬픔을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며, 유품 정리를 원하는 시점에 곁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것이 현명한 배려라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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