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말, 정말 믿어도 될까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과잉검사와 과잉진단이 더 걱정스러운 이유는 이것이 사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이 너무 흔하게 진단되는데 비해 증상이 심하지 않고 생존율도 높다 보니 시중에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이 말을 믿고 검사를 미루다가 암이 3, 4기로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갑상선암은 착한 암일까. 결코 사실이 아니다.
갑상선암에는 보통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역형성암)의 4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유두암으로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80~90% 정도를 차지한다. 유두암은 1센티미터 미만이고 전이가 없다면 곧바로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아도 된다. 사이즈가 커지거나 전이가 관찰되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 재발 없이 완치된다.
하지만 조기검진을 미루다가 3, 4기까지 진행되면 림프절을 타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전이되어 수술이 복잡해진다. 3기와 4기의 10년 생존율은 각각 84%, 40%이다. 착한 암이라고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여포암은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유두암보다 좀 더 공격적이고 혈류를 타고 전이되기도 쉽다. 전이를 막으려면 갑상선을 최대한 많이 제거하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완치되기는 하지만 10년~20년 후에 재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3~5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해야 한다.
수질암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한 암이다. 갑상선에 자란 암세포가 칼시토닌이라는 혈중 칼슘농도 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갑상선암 중에 약 4%를 차지하는데 다른 내분비샘 종양이나 암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이 다양하고 치료가 까다롭다.
수질암은 쉽게 전이되기 때문에 발견 즉시 갑상선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림프절로도 혈액으로도 전이되기 때문에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간, 폐, 뼈까지 전이될 수 있다. 완치율은 60~70% 정도다.
미분화암은 2% 미만으로 발생하는 희귀암이긴 하지만 모든 갑상선암 중에 가장 위험한 암이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암세포가 매우 빨리 성장하고 몸 전체로 퍼져서 진단과 동시에 4기 판정을 받는다. 수술을 받아도 예후가 좋지 않아 1년 내에 사망하는 사람이 80%에 이른다.
만약 미분화암 진단을 받았는데 75세 이상의 고령이라면 수술보다는 증상을 편안하게 덜어주는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 다만 미분화암이라도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기간이 늘어난다. 미분화암은 발견 즉시 4기 판정을 받지만 그 안에서도 A, B, C로 병기를 나눈다.
멕시코국립암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C기에서 발견하여 수술을 하면 환자들의 평균 생존일이 15일에 불과하지만 B기에서는 303일, A기에서는 570일을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조기검진이 중요하다.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는 소리를 믿고 검사를 미룬다면 가장 치명적인 암을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나면 그때부터 삶의 많은 것들이 달라지게 된다. 신체변화에 적응하는 시기도 필요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추가 치료도 필요하며 호르몬 조절을 위한 치료와 관리는 평생 계속되어야 한다. 어떤 변화가 있고 어떤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갑상선암은 수술 후 병원 측에서 정확한 조직검사를 해서 병기를 파악하여 환자에게 통지해준다. 대한갑상선학회의 분류 지침에 따라 환자를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나눈다. 어느 그룹에 속하느냐에 따라 방사성 요오드 치료 여부가 결정되고 추적관찰의 빈도와 강도도 결정된다.
갑상선 세포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요오드를 필요로 한다. 이에 착안하여 방사능을 내는 요오드(동위원소)를 투여하여 수술로 미처 제거하지 못한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암세포가 요오드와 결합하면 요오드가 방사능을 내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다.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치료에 사용되어온 만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중간 또는 고위험군 환자로 원격 전이가 있거나, 갑상선 주위 조직으로 종양 침윤이 있거나, 종양의 크기가 4센티미터를 초과할 때다. 혹은 종양의 크기가 1~4센티미터이더라도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종양이 여러 개가 발견된 중간 혹은 고위험군 환자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투여 방법은 알약 형태의 방사성 요오드제를 직접 섭취하는 것이다. 섭취 순간부터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 2~3일 입원하여 격리된 상태에서 받아야 한다. 사람과 접촉하면 방사능을 옮길 수 있으므로 가족과의 면회도 금지된다. 치료가 효과적이려면 섭취한 방사성 요오드가 남아 있는 암세포와 최대한 많이 결합해야 하므로 입원 2~3주 전부터 저(低) 요오드 식이요법을 하여 암세포가 요오드를 갈구하는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천일염이 함유된 음식, 해조류, 생선류, 어패류 섭취를 삼가야 한다.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유두암과 여포암의 세포에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용체가 있다. 뇌하수체에서 이 호르몬을 분비하면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암세포가 증가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TSH를 과량으로 투여하여 뇌하수체에서의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 치료는 저위험군에는 불필요하고 중간위험군과 고위험군 환자 중 TSH 분비가 높고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만 시행한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수술 후 주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는 혈중 티로글로불린(thyroglobulin)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티로글로불린은 갑상선의 여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데 TSH의 자극에 의해 혈액으로 분비된다.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암세포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여 재발 가능성을 살피는데 좋은 지표가 된다. 저위험군 환자들은 12개월마다, 중간위험군과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첫 초음파검사는 모든 환자가 6~12개월 사이에 받아야 한다. 이후부터는 전이와 재발 가능성, 티로글로불린 수치를 보며 판단할 수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환자에 따라 목 부위에만 국한하여 초음파검사를 할 수도 있고, 재발 위험이 클 경우에는 전신스캔을 해야 한다.
갑상선암 수술은 갑상선의 전부 혹은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이라서 갑상선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들거나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암수술을 받고 나면 모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절반만 제거한 경우는 잠시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경과를 보다가 운이 좋으면 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부를 제거한 경우는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처방 받는 약은 주로 씬지로이드정과 씬지록시신정이다. 공식 성분명은 레보티록신으로 갑상선호르몬인 T4를 합성해낸 형태다. 갑상선호르몬은 모자라면 기능저하증을 부르고 넘치면 기능항진증을 부르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정확한 복용량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6~12개월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해서 호르몬 수치에 변동이 오면 용량을 줄이거나 높이는 등의 조절을 해야 한다.
특히 임신, 출산, 폐경은 신체에 큰 변화를 낳으므로 반드시 병원에 가서 호르몬 수치를 체크하기 바란다. 용량만 잘 조절하며 먹는다면 부작용 없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요오드가 암세포를 키운다는 논리로 해조류를 피하라는 말이 있지만, 해조류 섭취와 갑상선암 재발은 서로 관련이 없다. 다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을 때에 한하여 치료 전 2~3주 동안 저요오드식을 해야 한다. 가공식품과 단백질 역시 마찬가지다. 가공식품과 단백질이 알레르기의 위험을 높여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면 갑상선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이지만,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 미리 겁을 먹어 음식의 종류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보통 흡연과 담배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만 갑상선암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0년 한국의 삼성병원 연구진이 갑상선암환자들의 흡연과 음주 습관을 분석한 결과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보다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이 36% 낮고 음주 역시 많이 마시는 사람이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국의 경우는 워낙 여성 환자들이 많고 중노년층이 많아서 벌어진 착시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는 흡연과 음주가 직접적으로 갑상선암의 발병률을 높인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암과 기타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므로 절제하는 것이 건강상의 이득이 훨씬 많다.
단, 비만은 갑상선암과 관련이 있다. 2013년 한국 아산병원 연구진이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받은 1만5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종적으로 암진단을 받은 사람은 267명이었으며 그중 여성 환자들에게서 체질량지수(BMI)와 암 발생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갑상선암 여성 환자들은 정상 여성들보다 비만인 경우가 많았다. 남성 환자들에게서는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뉴올리언스 툴레인 의대 연구팀도 2400만명에 이르는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일 경우 갑상선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또한 남녀 모두에서 체중이 증가할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체중을 빼면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무엇보다 살이 찌지 않아야 하고 적정 체중 이상이라면 살을 빼는 것이 재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